대출 금리 대부업 수준 연 16%
1년 성실상환·교육 들어도 9.4%
특례보금자리론 시중금리보다 ↑
청약저축 예금금리는 '쥐꼬리'
1년 성실상환·교육 들어도 9.4%
특례보금자리론 시중금리보다 ↑
청약저축 예금금리는 '쥐꼬리'
정부가 '이자 장사'를 비판하며 은행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해 출시하는 대출 상품은 사채업자 수준의 금리로 지탄받고 있다. 반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담보로 잡고 있는 청약저축은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예금금리를 제공해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김주현(사진)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긴급생계비대출을 지원하고 상환이 어려운 과도한 부채에 대해서는 채무조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다음달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인 긴급생계비대출은 최대 100만원 한도로, 신청 당일 대출해줄 계획이다. 불법 사금융 피해 우려가 큰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체 여부, 소득 유무를 따지지 않고 대출이 이뤄진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대부업 수준인 연 15.9%에 달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6개월 성실상환 시 12.9%, 1년 성실 상환 시 9.9%로 인하하고, 금융교육 이수 시 최저 9.4%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기본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 장사'를 비판하며 연일 은행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정부가 정작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채업 수준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금리로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긴급생계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찔끔 대출하면서 15.9%의 이자 받겠다고 한다"며 "정부가 사채업자인가"라고 꼬집었다.
취약계층에게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적용하면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 자료에 따르면 정책 서민금융상품 가운데 금리가 6~10% 내외인 '사잇돌대출'은 최근 5년간 평균 연체 지급보험금 비율이 0.04%인 반면, 10.5%인 '새희망홀씨'는 2.6%였다. 금리가 15.9%인 '햇살론 15'는 최근 3년간 대위변제율이 11.2%에 달했다. 금리가 높은 대출 상품일수록 연체율이나 부실화율이 높아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주거용 오피스텔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특례보금자리론도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일반형 연 4.25~4.55%, 우대형 4.15~4.45%의 금리를 적용하는데,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최저 3%까지 떨어진 상태다.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도 우대금리가 더해지면 최저금리가 3.25~3.55%로 낮어지지만 적용받기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일반형으로 우대금리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서민을 위한 정책 대출 상품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주택청약통장은 기준금리에도 못 미치는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 탓에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고 청약통장 해지에 나서기도 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총 2623만6647명으로 한 달 전(2638만1295명) 대비 14만4648명 줄었다. 지난해 7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국토교통부가 청약통장 금리를 0.3%포인트 찔끔 인상한 지난해 11월에는 한 달 새 52만명이 해지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정부가 정착 취약계층에 대부업 수준의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국민통장'으로 불리던 청약통장에는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 생계비 대출은 시행 전에 적용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민주당 김병욱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긴급생계비 대출은 표면적으로는 대출 사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은행과 공공적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사회공헌적 기부를 받아서 실시하는 사업"이라면서 "충분히 금리를 낮출 이유와 명분이 있다"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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