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또 다시 구멍이 뚫렸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져 임명 하루 만에 낙마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26일 "검증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했지만 '부실 검증'이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정 변호사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수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국수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김은혜 홍보수석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정순신 국수본부장 임명을 취소했다"며 "(임기 시작 전이라)의원면직이 아닌 발령 취소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한 유명 자립형사립고에 다니던 중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달 동안 언어폭력을 가해 이듬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재심과 재재심을 거쳐 전학 처분을 받았다. 더욱이 당시 고위직 검사였던 정 변호사가 학폭위의 결정에 불복해 수차례 소송을 제기하는 등 2차 가해를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졌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학폭위의 전학처분이 타당했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정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가해 논란은 2018년 11월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경찰청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사전 파악 가능한 사안임에도 부실 검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잇따르자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강화한다며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출범시켰지만 검증 실패가 되풀이 되고 있다. 벌써 3번째다.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교수 시절 성희롱 발언이 뒤늦게 알려져 낙마했고, 김순호 초대 행정안전부 경찰국장도 '밀정 논란' 끝에 경찰대학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잇단 검증 실패가 검찰 출신 일색으로 짜여진 인사라인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모두 검찰 출신이다. 검사의 특성상 도덕성보다는 불법여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제식구 감싸기에 정 변호사 결점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증에서 문제가 걸러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라며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를 통해 인사검증이 이뤄지다보니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 합법적 범위 내에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잘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학교폭력은 자유롭고 공정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침범하는 것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관련부처가 근본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인사 검증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위법·불법행위 외에도 도덕성과 공정성 검증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짚어봅시다] 구멍 뚫린 檢출신 인사라인](//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2702100158044001[1].jpg "[짚어봅시다] 구멍 뚫린 檢출신 인사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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