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제약바이오… ADC·이중항체 급부상

입력: 2023-03-05 12:45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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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후보물질 발굴위주서 탈피
한가지 기술로 무한확장 가능성
셀트리온 고형암 ADC 개발 박차
삼바, 이중항체 '에스-듀얼' 보유

[테크&포커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제약바이오… ADC·이중항체 급부상

ICT산업뿐 아니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플랫폼이 화두다. 기업들은 그동안 집중하던 신약 개발 또는 후보물질 발굴에서 영역을 넓혀 벗어나 한 가지 기술로 무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플랫폼'은 의약품에 적용해 약물을 인체에 효율적으로 투여하는 기술을 말한다. 특정 약물이나 적응증에 제한되지 않고 여러 치료 후보물질에 적용이 가능해 하나의 플랫폼만 있어도 여러 의약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유도탄' ADC, 약효 높고 부작용 적어= 플랫폼 중에서는 항체와 관련된 기술이 많다. 항체는 세균 또는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에 감염됐을 때 대항하는 물질이다. 항체는 특정 항원에만 일대 일로 대응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항체 관련 플랫폼 기술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게 ADC(항체약물접합체)와 이중항체 플랫폼이다.

ADC는 항체 의약품과 화학합성 의약품을 결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차세대 항암 플랫폼이다. 암세포 등 특정 단백질을 정밀하게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유도탄'에 비유된다. 유도탄이란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약효는 높고 부작용은 적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ADC를 이용하면 암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와, 암을 죽일 수 있는 세포 독성약물(페이로드)을 링커로 연결해 암 세포에만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셀트리온, 고형암 치료용 ADC 개발 박차= 국내에서 ADC 개발에 적극적인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고형암을 타깃으로 한 ADC 플랫폼 개발을 위해 자체 연구뿐 아니라 기술 도입도 병행하고 있다. 2021년 6월 영국 제약바이오 기업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4700만달러(약 53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ADC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바이오기업 '피노바이오'와 총 1조7758억원 규모의 ADC 링커-페이로드 플랫폼 'PINOT-ADC' 기술실시 옵션 도입 계약을 맺었다. 이들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항암제 시장에서 세계적인 의약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삼진제약은 지난 1월 국내 바이오 스타트업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삼진제약이 발굴한 신규 저분자화합물에 링커 기술 'PREXISE-L'을 활용한 '링커-페이로드 결합체' 개발을 추진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안국약품은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 피노바이오와 차세대 ADC 항암제 개발 협약을 맺고 차세대 ADC 항암제 연구를 시작했다.

◇CMO 기업들도 ADC 주목= ADC 치료제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면서 의약품 CMO(위탁생산) 기업들도 투자를 시작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북미 시러큐스 공장을 통해 ADC 위탁생산 서비스 제공과 시설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4년까지 ADC 생산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서로 다른 항원에 동시 작용하는 이중항체 '주목'= 두 가지 항체를 하나로 결합시킨 '이중항체'도 차세대 플랫폼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체는 한 가지 타깃 항원에만 작용해 제한된 효능을 보이지만, 이중항체는 두 가지 항체를 하나로 결합했기 때문에 하나의 의약품으로 서로 다른 타깃 항원에 동시 작용이 가능하다. 이중항체를 활용하면 보다 정교한 타깃이 가능해 치료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고 새로운 기전의 신약 개발이 가능해진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확보한 기술은 이중항체 구조 특화 모델을 통해 결합력을 높여 불순물 발생 비율을 낮춘 게 강점이다. 또 최대 99%의 높은 순도를 구현해 이중항체의 단점으로 꼽히는 순도, 안정성, 생산효율 저하 문제를 해결했다.

에이비엘바이오(ABL바이오)도 자체 개발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T'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 중이다. 그랩바디T는 T세포를 활성화하는 4-1BB를 표적으로 해 T세포의 항암면역 반응을 촉진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 기술을 적용한 면역항암제 'ABL503', 'ABL111' 등을 개발 중이다.

◇치료제 제형 변경기술도 관심= 치료제 제형을 변경하는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주로 정맥주사제형(IV)을 피하주사제형(SC)으로 바꾸는 플랫폼이 개발 중이다. SC 방식은 짧은 바늘을 사용해 피부와 근육 사이의 조직층에 약물을 주사해 정맥에 주사하는 것보다 천천히 흡수되는 게 특징이다. 또 기존 IV 제품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몇 시간 동안 치료제를 투여 받아야 하지만, SC 제품은 환자가 병원 방문할 필요없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의 편의성을 개선시켜 준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IV 제품을 SC 제품으로 개발해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기존 주사제를 먹을 수 있는 형태로 바꿔주는 기술도 국내외 다수 기업이 개발 중이다.

◇치료제 효과 반감기 늘려 효능 더 길게= 치료제 효과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플랫폼 '랩스커버리'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항체의 특정 부분을 만든 후 화학적인 방법으로 연결해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린다. 랩스커버리를 적용하면 매일 투여해야 하는 바이오의약품을 일주일 또는 한 달에 1번 투여하도록 개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높일 수 있다.

2004년 랩스커버리 기술을 처음 개발한 한미약품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과 특발성폐섬유증 등의 신약 개발에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한 '롤론티스'(롤베돈)에도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한미약품은 당뇨, 비만, 호중구감소증 등 다양한 적응증의 바이오신약을 최장 한 달에 한번만 투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약 플랫폼 기술은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하나의 플랫폼 기술을 여러 의약품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김진수기자 kim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