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어디 갈지도 모르면서 구매하는 항공권](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0902102369061002[1].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어디 갈지도 모르면서 구매하는 항공권")
일본의 저가 항공사(LCC) '피치'를 운영하는 피치 항공이 제공하는 캡슐 장난감 자판기 '여행 복권'을 이용하고 있는 일반 고객들의 모습이다. 이 여행복권은 기본적으로 6000엔(약 5만7000원)에 해당하는 피치 항공 마일리지(포인트) 바우처가 들어 있다. 그 외에 여행 목적지, 목적지에서의 여행 미션 등이 들어 있다.
피치 항공이 지난 2021년 10월 도쿄 시부야에서 이벤트로 시작한 이 여행복권의 큰 특징은 캡슐을 열 때까지 본인이 어디로 갈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6000포인트를 항공권으로 교환하려면 필히 복권에 적혀 있는 정해진 목적지의 항공권을 구매할 때만 사용이 가능하다. 항공권 구입시 운임에 차액이 있는 경우는 따로 지불해야 하지만 항공사의 할인행사 기간에 타이밍을 잘 맞추면 복권의 포인트만으로 왕복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행 상품을 판매할 때 활용하는 지역과 연계한 마케팅을 하는 방식과는 전혀 딴판이다. 어디로 갈지도 모르면서 5만원 상당의 돈을 베팅하게 하는 독특한 상술이다.
어떻게 보면 기발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일반 상식으로는 과연 고객의 반응이 있을까 의심마저 드는 이 기상천외한 상품은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시부야에서 처음 이 상품을 판매했을 때 준비한 1개월 분량의 여행 복권 캡슐이 단 3일만에 매진되는 등 엄청난 반응이 있었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어디 갈지도 모르면서 구매하는 항공권](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0902102369061002[2].jpg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어디 갈지도 모르면서 구매하는 항공권")
항공사 내부에서도 이 이벤트는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였는데 복권을 뽑고 결과를 보고 즐거워하는 영상들이 SNS를 타면서 나온 고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랐다고 한다. 이후 오사카, 후쿠오카, 나고야 등 7군데 거점지역에서 이벤트를 한 결과 누적 복권 판매량이 3만2000개를 초과했다.
최근 오사카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행복권은 간사이 공항을 출발해 메만베쓰, 구시로, 삿포로, 센다이, 니가타, 도쿄, 후쿠오카, 나가사키, 미야자키, 가고시마, 아마미, 오키나와, 이시가키 등 총 13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바우처가 들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전국적으로 여행을 활성화시키는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여행 복권의 진정한 즐거움은 생각지 못했던 목적지에 당첨될 수 있다는 짜릿한 스릴, 코로나 재해 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견뎌낸 사람들의 '무언가에 설레고 싶은 마음'이라는 게 이 회사의 분석이다.
특히 캡슐 안에 같이 들어 있는 여행지에서의 미션은 그 설레임과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고객들이 지정된 목적지에서 실제로 하기를 원하는 것을 임무로 설정은 하지만 그 내용은 다소 장난스럽다. 예를 들어 "가장 잘 생긴 이시가키 쇠고기를 찾아라!", "오키나와 시장에서 이모의 친구가 되어라!" 등 우스꽝스러운 미션으로 미소 짓게 한다.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솔로 여행, 레저, 동창회, 선물 등에 자주 사용한다. 일부 학생들은 "여행지를 결정하기 어려워서 추첨으로 가기로 했다", "친구들과 다른 목적지를 뽑아 따로 갔지만 사이트에서 원격으로 연결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SNS에 올리는 등 그 반응들은 매우 다양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복권 고객들의 약 50%가 신규고객이라는 점이다. 의외로 스마트폰을 들고 찾아오는 시니어 고객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해외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바운드 랜덤 여행복권까지도 계획중이라는 이 회사의 무모한 도전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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