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검은 월요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67% 오른 2410.60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중 1% 넘게 빠지기도 했으나 오후부터 상승폭을 키우면서 2410선을 되찾았다. KB금융 등 주요 은행주들도 대부분 올랐다.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거래를 마쳐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 이날 증시는 지난 주말 불거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해 '검은 월요일'이 전망되는 등 우려가 많았었다. 다행히 패닉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 당국이 적극적으로 SVB 리스크 완화에 나섰고, 이번 사태가 미 연준의 통화긴축정책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더해져 국내 증시는 오히려 상승 전환했다.
이를 보면 SVB 파산이 금융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날 정부와 금융당국도 SVB 사태가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같은 분석을 내놨다. 다만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 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미국 언론들도 SVB 파산이 리먼 사태 때와 같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해 시장을 안심시켰다.
과도한 공포 심리는 바람직하지 않으나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급하게 예단했다간 엄청난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SVB 충격이 당장 크지는 않지만 우리 경제에 잠복해 있는 리스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고 부동산을 급락시킬 수도 있다. 수출과 소비 감소를 더 부추길까 우려된다. 국내 벤처 생태계로 불똥이 튄다면 걷잡을 수 없이 위기가 확산될 수도 있는 문제다. 물가와 금리, 환율 관리에도 세심하게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과 한국은행의 선제적인 대응 노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태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시기적절하게 대책을 내놓아 국내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사설] SVB 충격 당장 크진 않지만 우리경제 잠복 리스크 대비해야](//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1402102369061001[1].jpg "[사설] SVB 충격 당장 크진 않지만 우리경제 잠복 리스크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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