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약시장에 수요자가 일부 몰리는 가운데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 몇 차례나 거듭된 무순위청약을 실시하면서 '악성미분양'으로 남을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 들어 일부 물량의 계약이 진행되면서 서울 구로 현장에서도 완판을 알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지방의 미분양 물량은 여전히 우려되는 수준인데다 '미분양 낙인'으로 좀처럼 팔리지 않아 지역별 온도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무순위청약 3차'를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더클래시'는 현재 전용 84㎡ 3채만 남았다. 일반공급 물량이었던 50세대는 주인을 찾은 셈이다. 이 현장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1순위 청약 당시 53가구 모집에 1028명이 지원하며 1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고분양가 논란에다 후분양 물량이라 잔금 기일이 촉박해 공급 가구의 절반 이상인 27가구가 집주인을 찾지 못해 무순위 청약이 거듭된 바 있다.
역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서울 구로구 '천왕역 모아엘가 트레뷰'는 지난달 말 완판을 선언하며 모델하우스 운영을 종료했다. 현금 3000만원 지급에 중도금 40%까지 무이자 대출 등의 사실상 할인분양으로 작년 8월부터 끌어온 미분양의 종지부를 찍은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고가매입임대 논란까지 있었던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도 무순위청약 8회차를 진행 중이다. 마포 물량과 마찬가지로 후분양으로 공급된 물량이라 준공 후 미분양이기도 했는데, 현재 4가구만 남은 상황태다.
이 곳은 지난해 2월 분양에 나섰지만 216세대 중 91%에 달하는 198세대가 팔리지 않았고, 이에 일부 소형물량(전용 19~24㎡) 36세대를 초기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LH가 사들여서 논란이 커진 곳이다. 이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내 돈이면 그 가격에 안 산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며 매입임대사업 전반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이번 8차 무순위에는 115명이 청약을 넣었지만 완판까지 갈지 여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점차 주인을 찾고 있는 이런 분위기는 이번달부터 무순위 청약 공고를 내는 단지들의 경우 거주지역,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청약이 가능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덕분에 현재 나온 무순위에는 수도권 물량에 지방 거주자는 물론 유주택자도 청약을 넣을 수 있게 됐다.
다만 '묻지마 청약' 여파로 이 현장들은 '선착순 분양'에 돌입하지 못하고 무순위 청약이 반복되고 있다. 현행 무순위 청약 강제규정에는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을 경우 당첨자들의 계약포기 여부와 상관없이 무순위 청약을 통해 잔여 물량을 공급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상황과 달리 지방 미분양 현장에서는 할인분양에 적극 나선 모양새지만 워낙 적체된 물량이 많아 소진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서희건설이 대구 서구에 분양 중인 '두류 스타힐스'는 10% 할인 분양을,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가 수성구에 짓는 '만촌 자이르네'는 최대 25% 할인을 내걸었다. 라온건설이 수성구에 짓는 '시지 라온 프라이빗'은 입주 지원금 7000만원에 중도금 무이자와 잔금 납부 유예 등 사실상 할인분양을 진행 중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현장은 완판이 쉽지 않다. 특히 지역마다 수요자들이 받아줄 수 있는 가격선이 있는데 전용 84㎡ 기준으로 청주·원주는 4억원 이하, 인천·대전·창원·대구·울산 등은 6억원 이하 선"이라며 "적정가에 나오는 현장은 청약 성적은 물론 계약도 큰 걱정이 없을 것. 서울의 경우는 비강남권이라도 10억원대면 무난할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