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경선 기간부터 구호로 내세운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이 '끓기도 전에 식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조계총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15분여간 면담했다. 취임 이후로는 처음으로 종교계와 접촉한 것이다. 진우스님은 당선 축하 겸 덕담과 함께 "우리나라 정치상황도 그렇고 각종 상황에 갈등이 커지고 있고 너무 첨예하게 양극화된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선 상대적인 의견들을 좁혀나가고, 투쟁을 부추기지 않는 정치를 해주시면 정신적인 부분에선 종교나 문화인이 함께 담당하겠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화쟁정신으로 스님이 그동안 다 포섭하고 수용하는 데 뛰어난 경험이 있으시니, 수시로 가르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연포탕' 구호와 맞닿는 통합 노력을 주문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표는 윤심(尹心) 논란 속 당선된 건 물론 내년 총선 공천에 핵심관여할 사무총장단 등 주요당직도 친윤(親윤석열)계 일색으로 채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류가 비윤(非尹) 이준석계 배제론을 띄우는 등 내부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당권경쟁자 중에서도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 14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를 만났지만 즉각적인 통합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준석계 주자였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의 회동을 추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이날 종교계와의 만남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천 위원장은 이날 KBS광주 라디오에서 '명분이나 울림이 없는' 만남은 하지 않겠다면서 "지금 김 대표께선 연대·포용을 강조하는데 김재원·조수진·장예찬 최고위원 같은 분들은 저를 '영구 추방해야 된다, 이준석의 대리인같은 천하람은 만날 필요도 없고 반성해야 된다'는 얘기를 한다"며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부가 우리 당을 일방적으로 끌고 갈지, 아니면 다양한 목소리가 넘쳐나는 포용력 있는 당으로 갈지 교통정리를 하시고 나서 제가 만나더라도 만나야 당원·국민께서도 기대를 가지실 것"이라며 "(김 대표가) 연락을 줬고 저도 이런 취지(회동 거절)를 적절하게 잘 말씀을 이미 드렸다"고 부연했다.
주요당직 인선 비판도 계속됐다. 당대표 예비경선 당시 안 의원의 '수도권 연대'를 띄웠던 윤상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사무총장 이철규 의원과 부총장들인 박성민·배현진 의원은 친윤계이고, 강대식 (지명직) 최고위원도 '친유승민계'라지만 이분도 나경원 전 의원 (불출마 압박) 연판장에 서명한 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 의견을 들어 인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화합 강조 차원에서 나온 연포탕 발언을 이젠 그만하라"고 직격했다. 다만 여당이 용산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한다는 지적엔 "수직적 당청 관계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김 대표가 그런 것에 끌려갈 분이 아니다"고 일부 선긋기도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면담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