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햄버거 등 줄줄이 올라
외식 물가 상승률 7.5% 달해
억눌렸던 공공요금 인상 주목
31일 전기·가스요금 올릴 듯
최근 4%대로 떨어지며 진정되는 듯하던 물가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외식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사태를 빚었던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들 모두 민생과 직결된 품목이라는 점에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점점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빵·과자·아이스크림·생수 등 가공식품에 이어 햄버거와 치킨 등 외식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는 내달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최대 3000원 올릴 계획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도 지난 10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 올렸다. 지난달에는 맥도날드와 롯데리아가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5.1% 각각 인상했다. 이들 업체는 작년에도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또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음식점·술집 등에서 판매되는 수입주류 출고가를 평균 15.9% 인상했다. 하이네켄코리아 역시 업장용 일부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7.5%에 달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다소 안정된 모습이지만, 먹거리 가격은 여전히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웃돌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 "먹거리 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업계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물가가 다시 치솟을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지난달 주요 품목별 물가 상승률은 전기·가스·수도(28.4%) 다음으로 가공식품(10.4%), 기타농산물(10.4%), 수산물(8.3%), 외식(7.5%) 등 먹거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조만간 인상 여부가 결정될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급등한 난방비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가스요금의 경우 올해 1분기 동결돼 2분기 인상 압력이 커진 상태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동절기인 데다 공공요금이 한꺼번에 오르면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 1분기에 전기요금만 올리고 가스요금은 동결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까지 한국가스공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올해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10.4원 인상하는 방안을 작년 말 국회에 보고한 상태다. 산업부는 31일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30조원을 상회한 한국전력공사의 적자와 맞물려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크다. 일단 정부는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들의 부담 요인도 깊이있게 고민하면서 (공공요금)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언제, 어떻게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결정할지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10.4%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 10개월 만에 최고였다. 사진은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빵 매대.<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