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좀 떨어졌다길래 남편과 논의 끝에 지금 살고 있던 전세집을 아예 사려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에 집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더라구요.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사려고 했는데 아예 반등해 버렸어요."(세종시 거주자 A씨)
"급매는 이미 소진됐고 지금은 급매 가격을 생각하고 접근하는 매수자와 호가를 높이려는 매도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바닥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다 사고 이제는 벌써 호가가 1억원 넘게 오른 곳도 있어요."(세종시 새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올들어 세종시 아파트 매매 건수가 급증함과 동시에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전 거래 대비 상승 가격에 팔리는 매물이 차츰 늘어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세종 집값이 바닥이라는 판단에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30일 기준 올해 1분기(1~3월) 세종 아파트 매매 건수는 1232건으로 전년 동기(617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세종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3분기 426건에 불과했으나 4분기 633건으로 다소 증가한 뒤 올해 1분기에는 1232건으로 급증했다.
이런 움직임은 세종 집값이 이미 '바닥'이라고 판단한 수요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작년 1월 첫째 주 대비 올해 3월 마지막 주 아파트값이 가장 큰 폭 하락한 곳은 세종(-23.84%)이다. 세종 아파트 ㎡당 매매 거래금액은 작년 1분기 731만원이었으나 올해 1분기 639만원으로 ㎡당 평균 10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로 환산한다면 평균 8000만원 넘게 하락한 셈이다.
부동산R114가 올해 1분기 세종에서 매매 계약된 1232건 중 동일 단지 같은 면적에서 작년 4분기 1건 이상 계약이 체결된 235건의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한 결과 전 분기 대비 상승·유지 거래는 120건으로 집계됐다. 이전 거래 대비 상승·유지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은 다정동, 도담동, 새롬동, 소담동, 아름동이었다.
소담동은 전체 18건 거래 중 15건이 상승·유지 거래였고, 새롬동도 21건 중 상승·유지 거래가 14건이었다. 소담동 새샘마을 6단지 한신더휴펜타힐스 전용 59.5㎡(14층)는 작년 12월 3억7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이달에는 같은 면적 11층이 4억1000만원에 팔렸다. 불과 3개월 만에 4000만원 상승한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종시 집값은 다른 지역에 비해 먼저 하락했고 낙폭도 상당히 컸기에 규제 완화 기조와 함께 바닥 인식이 확산하면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며 "젊은 층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데다 아파트 입주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으면서 지역 내 갈아타기 수요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