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서 '그래서 브랜딩…' 저자 '라운즈' 총괄이사 전우성
삼성전자·네이버·29CM 거치며 켜켜이 쌓인 '브랜딩 노하우'
"누가살까" 했던 제품 품절에 충격… "이제 트렌드 만드는 시대"
삼성전자·네이버·29CM 거치며 켜켜이 쌓인 '브랜딩 노하우'
"누가살까" 했던 제품 품절에 충격… "이제 트렌드 만드는 시대"
![[오늘의 DT인] "팬덤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 TV광고 좋아하던 공대생 삶을 바꾸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304/2023040302102163066001[1].jpg "[오늘의 DT인] \"팬덤을 만드는 것이 브랜드\"… TV광고 좋아하던 공대생 삶을 바꾸다")
이 아이디어 낸 사람 제정신일까? 누가 살까? 황당함과 호기심이 겹치며 '왜'라는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답은 숫자로 명쾌하게 돌아왔다. 이 벽돌의 출시가는 30달러. 순식간에 품절됐다. 리세일(재판매) 사이트에서는 33배나 뛴 1000달러대에 팔렸다. 스테디셀러다. 수프림 붉은 벽돌은 마케팅을 넘어선 브랜드의 힘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브랜딩의 시대다. 마케팅은 쉽게말하면 기업의 판촉활동이다. 브랜딩은 이를 넘어 소비자와 관계를 만들고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이다. 파워 브랜드는 만들기는 어렵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폭발적인 힘을 지닌다. 수프림 전철 카드, 수프림 소화기, 수프림 무쇠 후라이팬, 프라다 클립, 구찌 지우개 등등. 브랜드만 강력하면 무엇이든 팔린다.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 젊은 브랜드 기획자들의 필독서다. 저자인 아이웨어 브랜드 '라운즈(ROUNZ)'의 전우성 브랜딩 총괄이사를 만났다. 브랜딩이 왜 필요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전 총괄이사는 삼성전자, 네이버를 거쳐 온라인 셀렉트샵 29CM, 스타일쉐어 등의 브랜딩 디렉터로 활동했다. 지금은 '라운즈'의 브랜딩을 책임지고 있다.
"평범한 아이었죠. TV 광고 보는 것을 유독 좋아했다는 것 말고는. 공대 졸업 후 삼성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를 했어요. 신입사원 교육 기간이었어요. 인사담당자가 갑자기 마케팅 파트를 권했어요. 당황했죠. 근데 제가 TV 광고 보는 것을 좋아했잖아요. 마케팅이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였죠."
그 결정은 새내기 엔지니어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2년을 삼성전자 마케팅 부서에서 일한 뒤 내친 김에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런던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마쳤다.
"유학 후 네이버(당시의 NHN)에 들어갔습니다. 그 곳에서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해서 눈을 떴죠. 네이버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어요. 그래서 브랜딩 관련 많은 실전 작업을 진행했고 관련 서적도 닥치는대로 읽었습니다."
이직한 29CM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브랜딩 디렉터라는 타이틀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이벤트 프로모션부터 신규 서비스 런칭까지 다양한 성공 히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29CM의 인지도와 호감도도 수직 상승했다. 사람들은 그를 '브랜딩 전문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케팅은 판매액을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를 말하죠.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보는 제품 광고가 여기에 해당하죠. 제품의 장점과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어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죠.""브랜딩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 한마디로 팬덤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는 침대 업계의 실전 사례를 소개했다. "백화점에 가보면 다양한 침대 브랜드의 매장들이 있죠. 이 매장들은 그냥 침대를 파는 곳이죠. 특징이 없어요. 어떤 업체는 서울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죠. 실물 침대 대신 그 회사가 지향하는 모습과 이미지를 인테리어를 통해 구현했죠. 또 침대 대신 다양한 굿즈를 진열, 판매했죠. 개성만점 팝업 스토어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고 브랜드 호감도가 상승했어요. 시몬스 팝업 스토어 이야기입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를 분명하게 구분하는 설명이다. "이 팝업 스토어 덕택에 사람들이 시몬스 침대를 샀을까요? 그것 알수 없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엔 시몬스가 분명히 있을 거에요. 시몬스는 전국의 매장을 대폭 줄였죠.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브랜딩은 자기만의 개성을 단단히 만들어 끊임없이 고객에게 전달하고 그들을 팬으로 만드는 행위인거죠."
라운즈는 안경 쇼핑몰이다. 그는 리브랜딩 작업을 하고 있다. 국내 안경시장 규모는 3조원이 넘는다. 라운즈의 브랜드의 인지도는 아직 낮다. "라운즈만의 핵심 경험은 무엇일까? 온라인 안경 쇼핑몰? 아니면 4000여개의 안경 및 선글래스 제품? 저렴한 가격?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고심끝에 라운즈앱에서만제공하고 있는 '실시간 가상 피팅' 기술을 앞세웠습니다. 어플리케이션 첫화면에 가상 피팅 기능을 배치했어요. 제품부터 배치하는 일반적인 앱과 공격적으로 차별화했죠. 브랜드 로고부터 컬러부터 폰트까지 디자인적 요소도 싹 바꿨습니다."
파격에 타깃 고객들은 적극 반응했다. 앱 다운로드 수가 늘고, 앱 활동성 수치(MAU)와 가상 착용 활동 수치, 즉 사람들이 실시간 가상 착용을 경험하는 수치 역시 매달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 총괄이사가 꼽는 가장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은 어디일까. "젠틀몬스터죠. 이 회사 플래그십 스토어는 안경 브랜드 매장이 아니라 멋진 전시장같아요. 그런 이미지는 제품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죠. 누테이크 아시죠? 젠틀몬스터가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이 곳의 디저트에까지 젠틀몬스터의 예술혼과 실험정신이 그대로 들어가 있더군요."전 총괄이사는 기업들인 앞다투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냈다. "팝업 스토어가 트렌드는 맞아요. 하지만 너도 나도 팝업 스토어를 낸다면 희소성도 없고 식상하죠.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닌,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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