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8구역은 재개발사업 예정지로 수년내에 이주 및 철거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제일교회가 구역 내 우리사우나건물을 매입하려는 것은 종교부지의 대토용지 뿐만 아니라 막대한 보상비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토지거래허가 불허를 강력히 요청합니다."(장위8구역 등 장위동 주민들이 성북구청에 낸 탄원서 일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 측이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서울 성북구 장위8구역 내 사우나 건물 매입을 시도한 것과 관련, 구청 측이 토지거래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성북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사랑제일교회 측이 장위8구역 내 한 사우나 건물 및 주차장 등을 종교시설 등으로 쓰겠다며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했지만 구청은 최근 해당 신청건을 불허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때 사전에 관할지역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공공재개발 사업 등 부동산 과열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2년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가 허가된다. 장위8구역은 지난 2021년3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구청은 부동산거래신고등에관한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 제12조 1~2항 등을 근거로 토지거래허가 신청을 불허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사우나 건물을 종교시설로 쓰고자 한다고 명시했지만, 구청은 해당 사우나 건물은 종교시설로 바꿔 쓸 수 없다며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
해당 사우나 건물 부지는 장위재정비촉진지구 내 도로시설 사업이 예정된 곳이다. 도로가 개설되지 않으면 장위8구역은 물론 인접한 장위1·4·6구역의 사업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 외에도 구청은 장위8구역 주민들의 반발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교회 측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알려지자 장위8구역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 측이 장위10구역에서의 보상금 사례를 재현할 것을 우려하며 약 3800명의 의견을 담은 탄원서를 구청에 냈다. 탄원서에는 "공공재개발사업의 지연 및 추가분담금 상승 우려를 고려해야 한다"며 토지거래허가 불허 요청 등의 내용이 담겼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보상금을 노린 '알박기' 등이 아닌 장위10구역 내 교회 건물을 대체할 건물을 어렵게 찾았다는 입장이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장위10구역 재개발에 협조하기 위해 임시처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성도 중 장위동 거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현 위치에서 멀지 않고 대중교통 접근과 주차가 용이해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장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른바 '알박기' 논란에 대해서는 "한 자리에 오랫동안 있었던 교회 성전을 '알박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장위10구역) 조합 측은 처음에 본 교회와 같은 평수의 부지와 교회 건축을 약속한 바 있음에도, 교회에 수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사랑제일교회가 인근 장위10구역에서 500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챙긴 것과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과 재개발 보상금을 두고 수년간 소송이 오가다가 결국 지난해 9월 조합 측이 보상금 500억원을 교회 측에 주기로 했다. 교회가 한 달 안에 자리를 비우고 조합은 교회 건물을 인도받는 대신 즉시 중도금 300억원, 2개월 이내 잔금을 각각 주기로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조합은 교회 측에 대토 부지(교회 건물을 신축할 부지) 735평을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이후 교회 측은 대토 부지로 860평을 요구했고, 그게 어렵다면 전용면적 84㎡ 새 아파트 두 채를 받는 조건으로 4월에 이주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