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내 사업을 제재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한국을 상대로 대중국 반도체 공급을 늘리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9일자 칼럼에서 미국에서 지난 26일(현지시간) 있었던 안덕근 한국 통상교섭본부장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회담을 언급하며,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려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의 구멍을 메워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지난 21일 마이크론 제품을 대상으로 보안 문제가 발견됐다며 중국 내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에 대해 이 회사의 제품 구매를 중지하도록 한 것과 관련이 있다. 마이크론의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이다. 이에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한국 기업들의 물량이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 양측에서 서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게 마이크론의 빈 자리를 채우는 '대체 공급원' 역할을 하지 말아달라는 미국의 요구가 "사실상 한국 반도체 업체의 중국 사업 추가 확대 가능성을 억제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러한 시도는 타국 간의 호혜적이고 합법적인 상업 협력에 대한 명백한 간섭이자 국제 무역 규칙에 대한 위반"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의 점유율을 늘리는 것을 장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내주는 장비 반입 허가가 필여한데, 이 때문에 미국이 한국의 결정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안덕근 본부장과 만난 후 발표한 성명에서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한국 측 발표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에 대한 언급 없이 "교역 원활화와 핵심 원자재·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만 말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