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한신3차·창신10구역 진행
송파 등 강남권도 추진 움직임
인허가 기간 단축에 사업 속도
공사비 등 비리 갈등도 사라져
전국 재개발·재건축 추진 현장에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하강으로 재개발·재건축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을 이끌어갈 전문 신탁사가 필요해진 영향이다. 건설현장 갈등이 빈번해지면서 한국토지신탁, 하나자산신탁, KB부동산 신탁 등 부동산 신탁사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추진 현장에서 부동산 신탁회사를 찾는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지자체 인허가 기간을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고, 건설사 공사비 검증·조합 내 비리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서울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의 신탁방식에 대한 관심도가 타지역 대비 높은 편이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 럭키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지난 2월 한국자산신탁을 신탁사로 뽑아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종로구 창신10구역 재건축 등도 최근 한국토지신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뽑았다.
그간 신탁사 현장설명회는 신탁 회사가 정비사업 조합을 찾아 개최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남서울 럭키아파트·노원구 상계한신3차·종로구 창신10구역 현장설명회는 재건축추진위 측이 신탁회사에 먼저 요청해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재건축 추진위가 부동산 신탁회사를 찾는 이유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강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 아파트 건설현장 곳곳에선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작년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건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초 건설 주요 자재인 철근·시멘트 가격은 재작년 동기보다 20~30% 올랐고,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118.30에서 올해 3월 151.10으로 상승했다.
통상 건설현장에선 착공 후 물가 상승률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못하게 돼있지만, 건설사들은 최근 아파트 입주키를 볼모로 잡고 공사비 상승분을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영향에 지난 3월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은 구청으로부터 입주 허가를 받았지만,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입주키 불출을 거부해 입주 예정자들은 모두 적기에 입주하지 못했다.
재개발·재건축 현장 입주 갈등이 늘면서 서울 강남권에서도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송파구 '삼전동 다모아 모아타운' 추진위원회는 신탁사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재 한국토지신탁과의 업무협약(MOU) 체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동작구 상도14구역과 강서구 마곡신안빌라 등도 한국토지신탁과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하강 영향에 건설사 실적은 부침을 겪고 있지만, 부동산 신탁사들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며 "갈등을 겪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이 늘면서 부동산 신탁사를 찾는 요구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