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M+'에서 제5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한국형 클러스터 육성 전략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적 바이오 단지인 보스턴 첨단산업 클러스터(켄달스퀘어)는 산업 공동 연구 생태계에 '공정한 보상체계'와 '정부의 선도적 전략'이 더해진 결과라고 평가했다. 켄달스퀘어는 도보로 15분 거리 안에서 연구와 투자, 기업공개(IPO)까지 가능해 '가장 혁신적인 1스퀘어 마일'로 불리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 클러스터도 최고의 전문인력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바이오와 같은 첨단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위해 국제 교류와 협력, 세계적 연구기관과의 첨단기술 개발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 방안'을 내놨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전국에 1800~1900곳 정도로 난립한 산업 클러스터 중 유력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제약 바이오' 분야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하기로 했다.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할 수 있도록 바이오 기업의 연구 개발과 투자에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15%, 중소기업은 25%다. 여기에 올해 한시로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 추가 세액 공제도 가능하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업해 규제 완화와 벤처 생태계 활성화, 인재 유치 등 풀 패키지 지원책을 제공한다. 특히 지자체는 맞춤형 도시 계획을 세워 한국형 켄달 스퀘어를 조성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지자체들은 오송과 대구, 송도, 대덕, 판교, 서울 홍릉, 부산, 광주 등 8개 지역에 대한 클러스터 재혁신 구상안을 내놨다.
먼저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클러스터 구성원이 밀접하게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행법상 산단이나 클러스터에는 관리기본계획으로 지정된 특정 업종만 입주할 수 있는데, 이에 법률이나 회계, AC(엑셀러레이터), VC(벤처캐피탈) 등 창업 생태계에 필수적인 기업이 들어오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클러스터 관리계획 개정을 통해 클러스터 내 핵심 입주용지에 사업지원서비스 기업 입주를 허용할 계획이다.
또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M&A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창업→성장→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벤처투자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술가치금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지자체 주도로 클러스터 내 기숙사 공급확대, 특별공급 기회 확대 및 사택(취득세 감면)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우수 인재가 클러스터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클러스터와 주변 도심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등 교통수단도 확충한다.
또 보건의료데이터를 중개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공공 의료기관과 대학병원 등에 쌓여 있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제약사나 헬스케어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앙 정부 주도로 지원금을 투입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이번 방안은 지자체의 클러스터 집적 노력에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보조를 맞추는 '메뉴판 대책'으로 준비했다"면서 "지자체와 클러스터 입주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냐에 따라 정부의 지원 강도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종합 대책에 바이오 업계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원도 원주 의료기기 클러스터에서 휴대용 엑스레이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오톰의 오준호 대표는 "원주까지 와서 근무할 연구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구한다고 해도 주거비 지원이 기업에게 부담이었다"면서 "정부 대책으로 기숙사 등이 지원되고 정주 여건도 개선된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바이오 업계 관계자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되면 세제 혜택이 큰 만큼,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과 투자가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단순히 정부자금 얼마를 지원한다는 대책이 아니라 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이 그동안 겪어왔던 무형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방안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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