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IT기업에서 클라우드 기업으로 변신에 나선 오라클이 활짝 갠 분기실적을 내놓으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재조명받고 있다. 오라클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 회장은 인생 최대 부를 기록했다.
오라클은 12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뉴욕증시에서 주가가 6% 가까이 급등했다. 5.99% 급등한 116.43달러를 기록한 오라클 주가는 정규장 이후 시간외거래서도 3% 이상 올랐다.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이는 래리 엘리슨(78) 오라클 창립자다. AI(인공지능)에 대한 낙관론과 클라우드가 수치로 보여준 실적 덕분에 래리 엘리슨의 순자산은 이날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과거 오라클 최전성기를 뛰어넘는 부를 쌓은 것. 오라클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42% 상승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엘리슨 회장의 순자산은 이날 기준 1298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4위 부자가 됐다. 엘리슨이 현재 순자산 1291억 달러인 게이츠의 부를 뛰어넘은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이다. 엘리슨이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5위를 넘어선 것도 최초다.
오라클은 이날 전분기 주당순익이 1.67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 1.58달러를 상회하는 것이다. 매출은 138억4000만 달러로, 시장 예상치 137억4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매출 증가율은 17%였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 부문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오라클은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상회한 것은 클라우딩 컴퓨터 부분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컴퓨팅 부분 매출은 9억37만 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23% 급증했다. 특히 클라우드 인프라 부문 매출이 14억달러로, 76% 증가했다. 이는 MS의 성장률을 뛰어넘는다. AI에 대한 수요와 전통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수요가 오라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엘리슨 회장은 이날 스타트업 코히어(Cohere)와 협력해 생성형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오픈AI와 파트너십을 맺은 MS에 대응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엘리슨 회장은 "이 새로운 서비스는 기업 데이터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고객이 안전하게 전용 LLM(대형언어모델)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오라클은 내부적으로 이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엘리슨 회장은 닷컴버블의 정점 부근이던 2000년 4월에 게이츠 회장을 제치고 세계최대 갑부 자리에 오른 바 있다. 그해 4월 27일(현지시간) 기준 엘리슨 회장이 보유한 오라클 주식의 가치는 533억달러로, 게이츠 회장이 소유한 MS 주식 총액인 518억달러를 넘어서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당시 MS가 반독점소송에 말려들어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오라클 주가는 1년 사이에 5배 이상 급등하면서 그런 결과를 내놨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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