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침해 등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사라질 전망이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시대에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유출 범죄 처벌이 경제적 파급효과에 비해 약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양형기준이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특허청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열린 '제125차 양형위원회'에서 영업비밀 침해 범죄 등 기술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이 정비 대상으로 선정됐다. 두 기관이 지난 4월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안한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정비 제안서'가 최종 채택된 것으로, 오는 2025년 4월까지 양형기준이 정비된다.
최근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노리는 해외 기업들의 기술유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피해 규모가 약 25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로 인한 경제·산업적 파급력이 상당함에도 처벌은 미흡한 실정이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선고된 기술유출 사건 중 실형은 10.6%에 불과했다. 2022년에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유출 범죄 형량은 평균 14.9개월 수준이었다. 영업비밀 해외유출의 법정형이 최대 징역 15년임을 감안하면, 실제 처벌 수위는 미미한 것이다.
구체적인 양형기준 정비 방안은 빠르면 하반기부터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범이 많고 피해규모 산정이 어려운 기술유출 범죄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형량 가중과 감경요소, 집행유예 판단기준 개정방안 등을 논의하고, 2019년에 강화된 영업비밀 침해범죄 법정형이 소송 실무에 반영되도록 권고 형량 상향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전문가 논의와 부처 의견 등을 거쳐 마련된 최종안이 양형위원회에서 의결되면 시행일 이후 공소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양형위원회가 기술유출 범죄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양형기준을 정비키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기술유출 범죄에에 적합한 기준이 마련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원석 검찰총장은 "앞으로 기술유출 범죄 등 산업기술 보호가 더욱 두텁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피해 보호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