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인베스트 이어 출금 정지
법적대응 카톡방 400여명 참여
당국, 횡령·배임 여부 파악 중
소송해도 자금 회수 어려울듯
법적대응 카톡방 400여명 참여
당국, 횡령·배임 여부 파악 중
소송해도 자금 회수 어려울듯
두 업체에 투자금을 예치한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으로 블록체인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엽 법무법인앨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일단 고객 자산이 소실됐고, 자산운용 팀의 고의가 없다고 하더라고 과실이 있으니 형사법상으로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피해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개중에는 10억원 이상, 100억원 이상 예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가 운영하고 있는 법적 대응 오픈카톡방에는 현재 400명 이상이 참여 중이다. 또다른 피해자 모임 오픈카톡방에도 560명 가량이 피해 규모를 공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이번 사태를 막지 못했을 거란 비판도 제기된다.
이용자 보호법은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을 골자로 하고 있지만, 주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같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책임 강화에만 초점을 맞췄고 이번 문제가 발생한 가상자산 예치 플랫폼 등 세부 사업자에 대해선 제대로 된 분류조차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번 사건이 발생한 가상자산 운용사는 물론이고 지급결제사업자, 지갑사업자, 수탁보관업자, 금융중개업자 등 개별 서비스에 따른 규제대상 행위 유형 등을 규제하는 법적 근거가 부재한 셈이다.
영국의 금융감독청(FCA)은 이미 지난 2019년 가상자산에 관한 규제경계 가이던스를 통해 이들을 세부 분류했다. 지난달 EU 이사회가 승인한 MiCA(가상자산 시장법)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의 라이선스를 세분화해 각각의 조건들을 정의하고 있다.
가상자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규제 사각지대에서 지속적으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거래소 외에도 보관업체나 다양한 종류의 스타트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폭넓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더 많은 가상자산사업자를 포괄 해야하고, 분류도 규모와 특성별로 세분화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3일 저녁 하루인베스트가 돌연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한 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 분석원(FIU)은 가상자산사업자(VASP) 미신고 사업자라 관리·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델리오까지 출금을 막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델리오는 자본시장법상 VASP로 등록돼 있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관리 감독 대상이기 때문이다. 당국은 델리오의 횡령·배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기관과 협력할 예정이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는 최대 연이율 12%를 제공하는 등 고이율 예치 상품으로 주목 받았던 씨파이(CeFi, 중앙화금융) 플랫폼이다. 델리오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1년 누적 예치 실적이 2조4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러그풀(먹튀) 우려가 커지자 하루인베스트는 14일 밤 "위탁 사업자 중 하나인 B&S홀딩스(구 아벤투스)가 허위 정보가 포함된 경영 보고서를 허위로 제공해 회사와 사용자를 속였다는 판단에 따라 법적조치를 취했다"고 공지했으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서울 강남 사무실 등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델리오가 하루인베스트에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예치했거나, 하루인베스트와 마찬가지로 B&S홀딩스를 파트너사로 두고 있었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예치 자금이 묶여있는 투자자들의 경우 민·형사상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자금 회수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판례가 없는 데다가 사기죄 혐의에 대한 고의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하루인베스트의 경우 국내 이용자가 많긴 하지만 사실상 싱가포르 법인을 기반으로 운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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