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가 개정안 4개월째 표류
정부 - 업계간 이해 관계 충돌
심의 장기화에 추진동력 약화
추후일정 미정… 유야무야 우려
정부 - 업계간 이해 관계 충돌
심의 장기화에 추진동력 약화
추후일정 미정… 유야무야 우려
일각에서는 정유업계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자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규개위 등에 따르면 산업부가 추진 중인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논의가 멈춰있다.
개정안은 현재 공개 중인 전국 평균 도매가를 광역시·도 단위로 세분화하고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업계는 판매 대상과 지역 가격을 일주일, 월 단위로 판매량과 함께 산업부에 보고해야 한다.
규개위는 지난 2월 24일 개정안에 대한 첫 심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후 계속 판단을 미루고 있다. 업계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자 추가 의견수렴 등을 거치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규개위는 심의 일정을 정하지 않고 개정안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규개위 관계자는 "산업부가 추가적인 자료를 준비하는 중이고 타당성을 확인한 뒤 심사 재개를 판단할 예정"이라면서도 "산업부 자료제출 기한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심의 기간이 길어지자 업계 반발에 개정안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어떤 식으로 결정되더라도 영향이 클 것"이라며 "시장 개입 문제 뿐만 아니라 국민 공익 차원에서 기업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1년에도 관련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정유 업계의 영업비밀 침해를 우려한 반발로 규개위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각 기업이 수익성을 고려해서 원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기 등 에너지 관련 이슈가 폭탄처럼 터진 상황에서 석유 가격 공개는 빙산의 일각으로 미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합의할 수 있는 규제부터 처리하면서 안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라며 "규개위는 이해 관계자 의견이 첨예하기 때문에 추가자료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