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5년새 10배 성장 전망
온플법 20여건 국회 문턱 못 넘어
플랫폼 업계 "전략적 지원 필요"
온플법 20여건 국회 문턱 못 넘어
플랫폼 업계 "전략적 지원 필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생성형 AI(인공지능) 주권을 쥐려고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지나친 중복 규제가 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성형 AI가 패러다임 체인저로 부각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한국형 특화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르면 다음 달 최대 규모의 한국어 학습력을 보유한 '하이퍼클로바X'와 검색 챗봇 서비스 '큐:(Cue:)'를 공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하반기 중 생성형 AI인 '코GPT 2.0'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생성형 AI 분야에서 한국은 주요 전략시장으로 꼽힌다. 구글에 이어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킨 '챗GPT' 개발사 오픈AI도 한국을 찾아 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오히려 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트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5년 뒤 올해(37억360만 달러)보다 약 10배 성장한 364억 달러(약 46조 7500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약 58% 성장하는 수치로 구글, MS(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치열한 경쟁을 반영한 분석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성형 AI 주도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중요 시장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앞서 AI챗봇 '바드'를 전세계 180여 개국에 선보이면서 영어 이외 언어로 한국어, 일본어를 우선 지원했다. 이어 다음 달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대한민국 AI 위크 AI 포 코리아 2023'을 개최할 예정이다. 순디르 피차이 구글 CEO(최고경영자)는 "한국과 일본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국가"라며 "한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것은 큰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달 초 방한해 AI반도체 공동 개발, 한국 스타트업과의 투자, 협업 등을 예고했다. IT 인프라가 뛰어난 데다 콘텐츠 열풍이 불며 한국어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배우기 어려운 만큼 외국어 번역 '시험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이에 맞서 생성형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의 공격적인 공략에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은 구글 검색엔진이 장악하지 못한 사실상 유일한 나라이자 미국, 중국과 함께 초거대 AI 모델을 자체 개발하는 곳이지만 최근 구글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트렌드 통계를 보면 네이버는 올해 점유율이 계속 하락해 60% 밑으로 내려간 반면 구글은 30%를 넘기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 플랫폼 중복 규제로 혁신 분위기 식을라 =
AI는 끊임없이 데이터를 학습하며 고도화해야 하는 탓에 양질의 데이터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의 한국 AI 시장 선점은 해외 기업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AI가 영향력을 넓힐수록 데이터 역시 해외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탓이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육성 지원책을 기대하기보다는 지나친 규제로 힘들다고 토로한다. 지난 2021년 논의가 시작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은 현재 국회에 약 20건이나 계류 중일 정도로 뜨거운 감자다. 여기에 과기정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각자의 논리로 주무 부처를 희망하면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공정위는 조만간 '플랫폼 독과점 규율개선 전문가 TF(태스크포스)'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내놓는 내용은 EU(유럽연합)가 지난달 시행한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형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고 자사우대 등 독과점 남용행위 대부분을 금지하며 모든 기업결합에 대한 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약 17개 의무를 둔 사전규제다. 그러나 DMA는 토종 플랫폼 기업이 없는 EU가 구글, 메타 등 미국 빅테크를 겨냥한 방어책이라는 차원에서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예측 불가능하고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서 지나친 규제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스타트업의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달 초 최종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타다 사태'가 대표적으로, 과잉 규제로 인한 '승자 없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법안을 추진한 정치권도 혁신 대신 규제를 택한 결과라는 점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 기술 종속은 곧 국가 AI 주권을 잃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글로벌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지원책이 급선무"라며 "생성형 AI로 인한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세계가 자국 플랫폼을 보호하는 가운데 고강도 규제가 아닌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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