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이어 미래먹거리로
美, 양자컴퓨터 내세워 혁신 주도
中도 2030년까지 공격적 R&D
韓, 관련법 제정·산업화에 속도
선진국간 기술 선점에 '각축전'
尹 "개발 통한 가치창출에 의미"
"디지털 전쟁 다음은 양자기술의 전쟁이다."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반도체, AI(인공지능)에 이어 양자기술로 확전되고 있다. 양자기술이 미래 디지털 혁신과 산업 생태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파괴적 혁신기술로 각광받으면서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양자기술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양자 기술개발과 산업 생태계가 초기 단계인 만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의 투자를 집중하고 핵심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뜨거워지는 양자기술 패권 경쟁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양자기술을 미래 산업·안보 관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전략기술로 정하고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양자기술 혁신을 이끄는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2018년 '양자법'을 제정하고 4년 간 총 12억 달러(1조4000억원)의 투자를 쏟아부었다. 백악관 직속 '국가양자조정실(NQCO)'을 설치하고 대통령 자문을 위한 '국가양자자문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양자기술 주도권 확보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미국은 IBM, 구글 등 빅테크가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으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IBM은 지난해 433큐비트 양자컴퓨팅 프로세서 '오스프리'를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양자컴퓨터 계산 오류를 초래하는 '양자 노이즈' 현상을 해결해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성능을 능가하는 양자 프로세서 기술을 선보였다.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중 1121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중국의 추격세도 매섭다. '양자굴기'를 표방한 중국은 양자통신과 양자컴퓨터를 2030년까지 추진할 핵심 과학기술 프로젝트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투자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학원은 산하 대학과 연구소를 통해 기업과 협력해 양자기술 관련 종합 연구를 펼치고 있다. 양자컴퓨터도 핵심 연구주제다.
우리나라는 인력과 기술수준에 격차가 있지만 양자기술을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선정한 데 이어 빠른 추격 전략을 펴고 있다.
양자과학기술과 산업의 중장기적 육성을 위해 세계 두 번째로 '양자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양자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과 산업화 경쟁력을 빠르게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27일 발표에서 2035년까지 글로벌 양자경제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2031년까지 1000큐비트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100㎞급 양자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최고 선도국과 비교한 기술수준을 85%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를 방문해 양자석학과 만나 양자과학기술 육성과 국제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과학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한 다양한 가치 창출에도 의미를 둬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서 기술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많은 다양한 부가적 가치가 창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효과적인 R&D 투자, 인력 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된다. 신뢰성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퀀텀 컴퓨팅 시스템과 퀀텀 통신 센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인재 양성'으로 양자기술 전쟁 판가름전문가들은 미래 양자기술 전쟁은 핵심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날 것으로 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양자기술 관련 연구자 수는 500명에 그친다. 미국(3100명), 일본(800명) 등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규모다.
이렇다 보니 이번에 발표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양자인력 확보가 꼽혔다. 정부는 현재 384명에 불과한 양자 핵심인력을 2035년까지 25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박사급 양자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양자대학원으로 KAIST 주관 9개 대학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지난해 고려대 컨소시엄에 이어 두 번째다. 양자대학원은 국내 대학(원)이 기업, 출연연 등과 협력해 양자 핵심인재 양성소 역할을 맡는다.
과기정통부는 양자기술 분야 신진 연구자가 리더급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해외 우수 과학자 유치를 확대해 양자기술 분야 글로벌 인재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석·박사생과 산업 종사자들이 글로벌 양자기업에서 교육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IBM, 아이온큐와 양자 전문인력 양성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용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양자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인력확보가 가장 시급한 이슈"라며 "단기간 내 우수 인력 확보가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만큼 해외에서 우수한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산학연 협력을 통해 인력을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