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장 연구팀이 자폐 환자에게 높은 확률로 발병하는 뇌전증의 새로운 발병기전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자폐증(자폐스펙트럼장애)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결여, 반복행동 등을 보이는 뇌 발달 장애의 한 종류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천재 변호사로 등장한 주인공 우영우가 이 병을 앓았다.
현재 자폐증 환자는 세계 인구의 약 2.8%에 이르지만, 명확한 발병 기전과 치료법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자폐는 여러 증상을 동반하는데, 환자의 약 30%가 뇌전증 증상을 보인다. 뇌전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자폐증 진단 확률이 8배 가량 높다. 두 질병은 유전적 변이의 상당 부분을 공유하는데,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자폐 위험 유전자이자 뇌전증 위험 유전자로 밝혀진 'ANK2'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모델에서 대뇌피질 신경세포의 흥분성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ANK2 결손으로 대뇌피질 신경세포의 축삭(다른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하기 위해 길게 뻗어 있는 섬유 모양) 시작분절의 모양이 변하고, 이에 따라 신경세포 흥분도를 조절하는 칼륨 채널의 양과 활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로 인해 ANK2 결손 생쥐는 뇌전증 발작 증세를 보이고, 청소년기에 생쥐가 발작 증세를 동반한 채 죽음을 맞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런 메커니즘을 토대로 뇌전증 치료제의 한 종류인 '레티가빈'을 이용해 ANK2 결손 생쥐의 칼륨 채널 기능을 강화시키자, 신경세포의 흥분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발작을 동반한 죽음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칼륨 채널의 활성화가 ANK2 결손에 의한 뇌전증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김은준 단장은 "ANK2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신경세포의 흥분도를 높여 자폐 관련 뇌전증 증상을 유발시킨다는 연구로, 자폐 관련 뇌전증의 기전과 치료 가능성을 규명한 연구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지난 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