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김재림 할머니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1930년 전남 화순군에서 태어난 김재림 할머니는 지난 1944년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된 피해자다.
한 일본인 모집자가 '일본으로 가면 밥도 배부르게 먹여주고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권유를 하자 이를 믿고 일본 나고야항공기제작소로 동원됐다. 미쓰비시에서 하루 종일 군용 비행기의 부속품을 깎고, 페인트칠을 하는 등의 노역을 해야 했다.
김 할머니는 "생전 처음 해 보는 낯선 일이었기에 더 힘이 들었는데, 힘든 내색을 하면 '괜히 일하기 싫어 꾀를 부린다'며 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밤이 되면 언제 울릴지 모르는 공습경보 때문에, 하루 일을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와도 잠을 편히 잘 수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1944년 12월 도난카이 지진으로 사망한 사촌 언니 이정숙 씨와 다르게 해방 후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좋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 시달려왔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큰 어려움 없이 흘러갔지만, 근로정신대 동원을 군 위안부로 오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 할머니는 "그때 일을 잊을 수가 없다"며 "어떻게 그 어린아이들한테 그런 일을 시켰던 것인지, 그리고 왜 지금까지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가 없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생전에 말했다.
김 할머니는 2014년 2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손해배상 소송에 원고로 참여했다.
지난 2018년 12월 광주고등법원 재판부는 김 할머니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지만, 미쓰비시중공업 측의 상고로 마지막 대법원 판결 소식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슬하에는 아들 1명과 딸 1명이 있으며 김재림 할머니의 빈소는 광주 서구 국빈장례문화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8월 1일 오전 8시 30분으로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
조서현기자 rlayan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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