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원연, 항균 펩타이드 모방한 저분자 화합물
친수성-소수성 동시 지녀 강력한 항균력 발휘
자연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을 모방해 다제 내성균에 강한 새 항생제가 개발됐다.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버그(내성균)'에 대응하는 천연 항생제로 널리 쓰일 전망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방정규 박사 연구팀이 신송엽 조선대 의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자연 생물에 유래한 항균 펩타이드의 양친매성 특성을 모방해 항생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항생제 개발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데 반해, 내성균은 빨리 발생한다. 최근에는 합성 항생제 대신 자연 생물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인 항균 펩타이드를 원료로 천연 항생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항균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50개 미만으로 이뤄진 양친매성 물질(친수성과 소수성을 지닌 물질)로, 꿀벌의 멜리틴이 대표적이다. 멜리틴은 내성균에 강력한 항균력을 갖지만 독성과 짧은 반감기, 고비용 등으로 사람에게 직접 사용할 수 없다.
연구팀은 양이온성(친수성)과 소수성을 띠는 항균 펩타이드와 동일한 형태의 양친매성 구조를 지닌 항균 펩타이드 모방체 화합물을 개발했다. 이 화합물은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그람양성균과 그람음성균에 강력한 항균력을 지녔으며, 단백질 분해 효소와 혈청에 대해서도 강한 저항성을 보였다.
또 700∼800 달톤(Da, 질량 단위) 정도의 분자량을 가진 저분자 물질로 제조 과정이 간단해 펩타이드 제조의 단점인 복잡한 개발 공정과 고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항생제 내성을 유발하는 생물막 형성 억제와 이미 형성된 생물막을 제거하는 항생물막 활성을 갖고 있다.
기존 항생제와 병행 치료 시 항균활성이 증가해 항생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방정규 기초지원연 박사는 "내성균에 오래 동안 생존한 동식물에서 유래한 항균 펩타이드를 모방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한 것"이라며 "항균 작용뿐 아니라 항생물막, 항염증 활성 등을 갖춰 합성 항생제를 대체하는 천연 항생제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항균제(지난 5일자)' 온라인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기초지원연은 다제 내성균에 강한 활성을 가진 천연 항생물질을 모방한 저분자 화합물을 개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