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대 취업자수 12만여명 줄어
100만원 소액 대출 4명 중 1명꼴 이자 연체
주담대 연체율도 급증
편의점 도시락, 컵라면으로 끼니 때워
취업난→소득감소→빚가→연체→씀씀이 축소, 악순환
100만원 소액 대출 4명 중 1명꼴 이자 연체
주담대 연체율도 급증
편의점 도시락, 컵라면으로 끼니 때워
취업난→소득감소→빚가→연체→씀씀이 축소, 악순환
지난 2월 천안 모 대학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A 씨(26). 그는 가구 디자이너가 꿈이다. 대학 시절 국제 디자인공모전에서 상도 탔다. 작년 하반기부터 가구 회사의 취업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건설 경기 등이 악화하면서 가뜩이나 좁던 취업문은 아예 닫혀있었다.
A씨는 그래도 꿈을 좇고 있다. 아르바이트 2개를 뛰며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한 곳은 경기 성남의 모 백화점. 보안요원이다. 주말 이틀 동안 하루 9시간씩 근무를 해서 받는 돈은 20만원 남짓. 평일 이틀 동안은 카페에서 시급 1만원을 받고 4시간 씩 알바를 한다. 이렇게 모으면 1주일에 얼추 30만원, 한달이면 120만~130만원이 된다. A씨는 성남 시내 보증금 500만원, 월세 55만원 짜리 원룸에 살고 있다.
아침은 건너 뛰고 점심과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 등으로 대충 때운다. A씨는 "월세내고 끼니 때우고, 교통비 내면 남는 돈이 없다"면서 "가구 디자이너가 꿈이지만, 하루하루 버텨내기가 너무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대한민국의 20대 청년층의 암울한 미래는 통계로도 날 것 그대로 나타난다.
◇일자리가 없어요…취업자 수 급감
일단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부터 부족하다. 청년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취업 전선은 어둡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20대 취업자수는 375만6000명. 작년 같은 달보다 12만8000명 줄었다. 2021년 2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20대 고용률은 61.4%로 전년 동월대비 0.1%포인트(p) 낮아졌다. 20대 고용률이 하락한 것은 코로나19가 창궐하던 2021년 2월(-1.7%p)) 이후 29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던 20대 고용률은 2021년 말 이후 매달 3∼4%p씩 상승하는 등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증가 폭이 축소돼 올해 1.0%p 밑으로 내려앉았고 결국 지난달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0대의 '쉬었음'인구는 전달 대비 10.6% 뛰었다. 전달 대비 3만6000명 늘어 37만5000명이 '쉬었음'이다. '쉬없음'은 취업준비나 구직활동 없이 말그대로 쉬었다는 의미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로 보인다.
◇쌓여가는 빚…못갚는다
당장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도 100만원인 소액생계비 대출을 이용하는 20대도 많다. 하지만 20대 4명 중 1명은 이자를 제때 내지 않고 있다. 고용 불안과 생활비 부담 등이 겹치면서 월 몇천원 가량의 이자조차도 내지 못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소액생계비 대출을 받은 20대(만 19세 포함)의 이자 미납률은 24.5%다. 같은 기간 60대와 70대 이상 대출자들의 이자 미납률은 각각 7.4%, 7.2%로 나타났다. 50대는 9.7%, 40대는 13.5%, 30대는 17.7%로 집계됐다. 20대 이자 미납률은 전 연령 중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 미납률(14.1%) 대비 2배에 육박한다.
소액생계비 평균 대출 금액인 61만원에 대출 금리(연 15.9%)를 적용해보면 첫 달 이자는 8000원가량이다. 제도권 금융은 물론 정책 서민금융의 문턱마저 넘을 수 없어 소액생계비를 빌린 20대 청년 상당수가 한 달 1만원도 안 되는 이자를 내지 못하며 '빚 벼랑' 끝에 내몰리는 것이다.
금융권 관게자는 "20대라는 연령 특성상 직업이 아예 없거나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고금리에 생활비 부담마저 커지면서 20대 청년층의 상환 여력 및 의지가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체 이자 미납률이 상품 출시 초반 8%대에서 최근 14%대까지 꾸준히 증가해온 만큼 20대 미납률이 향후 더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집을 담보로라도 돈을 빌린 20대(19~29세)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도 '역대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은행)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연령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20대 연령층의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4%로 집계됐다. 2018년 3분기 말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다.
20대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6월 말 현재 34조2500억원으로 2018년 9월 말(13조4700억원)의 2.54 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대의 연체액도 200억원에서 7.5 배인 1500억원으로 뛰었다. 반면 30대·40대·50대·60세 이상 연령층의 연체율은 2분기 말 기준 각 0.17%, 0.21%, 0.20%, 0.21% 수준에 그쳤다.
한은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은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20·30대 차주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2020년 이후 취급된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예상보다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식사는 편의점 메뉴로 대충, 외식도 줄어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카드 고객의 외식업종 건당사용금액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2분기 사용금액은 96.2로 3.8% 줄었다. 특히 20대는 93.4로 6.6% 줄었다. 감소폭이 가장 크다. 이는 치솟는 물가에 편의점 도시락 등 싼 음식을 찾은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GS25에 따르면 편의점 매출에서 20대 이하 고객의 비중(구매 건수 기준)은 2020년 27.1%에서 올 상반기 30.1%로 3.0%p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따로 통계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도시락이나 컵라면 등을 사는 20대가 늘었다"고 전했다.
온라인쇼핑에서도 20대만 유독 씀씀이를 줄고 있다. 신한카드 고객의 2분기 온라인쇼핑 1인당 사용금액은 1분기보다는 1.7%, 작년 동기 대비해서는 4.6% 늘었다. 하지만 20대만 1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20대의 온라인쇼핑 건당 이용금액도 1분기 대비 3.1% 줄었다. 물가는 오르고 수입은 늘지 않으면서 결국 씀씀이를 줄인 것으로 분석된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직된 노동시장에 경기 침체,고금리 장기화까지 겹쳐 청년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방치했다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시장의 경직적인 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이미연기자·김수연기자·이미선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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