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 숨진 대전 유성구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4년간 지속적인 악성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의 담임을 맡았다.
그는 수업 중 소리를 지르거나 급식실에서 드러눕는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해왔고, 학우를 괴롭히는 것을 멈출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26일에는 친구 얼굴을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다. 이에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이유로 A씨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부모는 같은 해 12월 A씨의 행동을 문제 삼아 아동학대 혐의로 결국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던 A씨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
A씨의 아동학대 혐의는 2020년 '무혐의 처분'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해당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사와 마주치기 싫다"며 그가 학교를 떠날 때까지 4년여간 계속 민원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교원들과 가진 정기적인 모임에서 이러한 민원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모임에 참여했던 A씨의 동료 교사에 따르면 학교로 A씨를 찾아온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어라'라고 요구하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서이초 교사 죽음의 진상 규명과 교권 회복을 주장하며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 열린 주말 추모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숨진 교사의 49재를 맞은 지난 4일에는 학교 측에 병가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교사노조가 실시한 '아동학대 무혐의 처분사례'에 자기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지난 5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이틀 만에 숨졌다.
지속적인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A씨는 평소 따뜻한 성격으로 아이들과 동료교사에게도 친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교사노조는 이 사건과 관련해 "시 교육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며 "A씨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씨가 근무했던 학교 앞에는 '선생님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8일 오후 숨진 교사가 근무했던 대전 유성구의 초등학교 앞에서 한 동료 교사가 근조화환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