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중국 기업이 투자하는 대규모 태양광 패널 관련 공장 건설을 위해 주민들을 강제 이주하도록 명령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유리·태양광 패널 제조사 중 하나인 신의글라스는 남중국해 리아우제도의 렘팡섬에 116억달러(약 15조8000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모래 가공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 섬은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석영 모래가 풍부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이곳에 수십억 달러를 더 유치해 환경 기술 관련 '생태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면적 170㎢인 렘팡섬에 70㎢는 산업·관광 지역으로 개발하고, 나머지 100㎢는 산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획이 갑작스럽게 진행되면서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던 주민들 삶의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정부는 당장 23㎢ 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며 섬 주민 약 8000명에게 지난달 말까지 인근 갈랑섬으로 이주하라고 통보했다. 사업 결정 2개월 만에 주민들을 강제 이주하도록 한 것이다.
주민들은 말이 안된다며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주민들이 제대로 된 토지 증명서 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며 주민들을 무단 점유자로 간주해 토지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 시위는 격화해 폭력 시위로 번졌다. 또 수도 자카르타 주인도네시아 중국 대사관 앞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정부는 렘팡섬 내에서 주민들이 이주하도록 한 걸음 물러섰다. 또 가구당 약 1억2000만루피아(약 1048만원)에 해당하는 500㎡의 토지와 45㎡ 규모의 주택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대체 주택이 지어지는 동안 주민들이 인근 바탐섬 아파트에 살도록 하고, 매달 120만루피아(약 10만5000원)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상금이 충분하지 않고 약속한 보상도 토지증명서 등 명확한 증거물이 없다며 여전히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박한나기자 park27@dt.co.kr
난달 11일 렘팡섬 주민들이 정부의 이주 명령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