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 금리 시대'(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 '장기 채권 수익률 5% 시대'(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CEO)라는 '극한 전망'도 나온다. 확실한 것은 미국의 통화 긴축 국면이 예상보다 '더 높은 금리 속에, 더 오래'(stay higher, for longer) 지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의 장기화란 숙제를 안은 한국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한국은 환율 문제로 미국과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를 올려 자본이탈에 대처하자니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가계부채가 걸림돌이다.
현재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은 달러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강달러에 이어 '킹달러' 전망까지 나오면서 미국 채권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이에 미국 은행들의 채권 평가손이 불어나면서 미국 장기채권를 담보로한 신용창출이 급감하고 있다. 수요 증가로 인해 금리의 연쇄 인상이라는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2%'라는 한·미간 사상 초유의 금리 격차에 따른 자금이탈을 외환보유액으로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다. 외환 당국에 따르면 2분기에만 60억~100억달러 수준의 외환 보유액을 소진했다. 국제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달러 스와프도 일본과의 300억달러가 전부"라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상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 시대인 만큼 경기 부양책을 쓰기 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원화 가치 하락 등 금리 인상 요인이 많다"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단 가장 큰 걱정은 자본 유출 우려"라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번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금리 인상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현재의 한국 경제의 체력으로는 견디기 어려운 '차악의 선택'이기도 하다.
일단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직격탄을 던질 수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금융권 PF 대출 잔액은 133조1000억원으로 지난 3월 말(131조6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 늘었다.같은 기간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도 2.01%에서 2.17%로 0.16%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7.28%까지 치솟는 등 금융업계 곳곳에서 '부실 경고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은 통해 21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고금리가 장기화로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더 큰 지원책이 없이는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과 관련해 금융권에서 이미 한계 상황에 다다른 대형 건설업체 4~5곳의 명단이 돌고 있다. 이들은 자기자본의 3배 이상을 부동산 PF에 쏟아부은 업체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막다른 골목길에 봉착하기 전에 보다 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서 당국이 시장 안정성을 위해서 잘 대처하고 있다는 신뢰를 1차적으로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부가 규제 완화 등으로 한국 경제와 산업이 탄탄하고 향후 성장한다는 인식을 세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김화균기자·이미선 기자 hwak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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