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 공모 의혹 검찰수사에 "모멸감 느낀다"며…"살아있는 한 계속 수사하지 않겠냐"
'접촉 금지' 조건부 보석된 '성남시 최측근' 정진상에 "안아보고 싶다" 신청, 포옹 후 헤어져
明측 요청에 檢진술 지연…17일 공판 한번 더 열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추진한 대장동·위례신도시 민관합동 개발 특혜 관련 첫 재판에서 "검찰은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 수사 하지 않겠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접촉 금지'된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전 성남시 정책비서관)과 신체접촉 허가를 구한 뒤 끌어안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단식농성 후 회복 중이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해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배임 혐의), 성남FC 불법 후원금(뇌물 혐의) 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달 27일 성남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와 경기도지사 시절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열흘째에 나선 외부 일정이다. 단식농성 중단(지난달 23일)으로부턴 2주째 된 날이다.
재판은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와 관련해 공소사실을 설명하는 모두발언을 약 30분 진행한 뒤 끝났다. 당초 대장동 개발과 성남FC 후원금 사건 관련 모두진술도 예정됐지만 이 대표 측이 '건강 상태'를 이유로 다음에 하자고 요청했다. 이 대표 측은 재판부(형사합의33부 김동현 부장판사)에 이날 '재판 연기' 요청까지 했지만 불허됐다. 이 대표는 재판 막바지 발언 기회를 얻어 대장동 일당(화천대유·천화동인 관계자들)과 자신이 서로 혐오하는 관계란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는 4분 가량의 법정 진술에서 "저에 대한 수사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검사 수십명이 투입돼 수백번씩 압수수색을 하고 지금도 또 한다"며 "대장동 배임죄나 (공무상) 비밀을 이용했다고 기소됐는데 상식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말이 되는 소리냐는 생각이 든다"고 검찰 측을 비난했다. 그는 "민간사업자들은 제가 혐오해 마지않는 부동산 투기세력이고, 이들이 성남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게 저의 중요한 내심 목표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옛 측근)를 통해서 뇌물을 주고 부정거래를 했다고 하지만 저는 그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원하는 바를 제 입장에선 단 한개도 들어준 바 없다"며 "유착관계라면 대장동이든 편의를 안봐줬을 리가 없는데 얼굴 한번 본 일도 없다"고 했다. 그는 "그들끼리 한 녹취록을 보면 '제가 자신들을 미워해서 숨어 있었다'고 스스로 얘기하지 않나"라며 검찰의 유착 의혹 수사에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검찰을 겨냥 "수사를 몇년째 하는거냐"라며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하지 않겠냐"고도 했다. 지난 4월 보석이 허가돼 불구속 재판 중인 정진상 전 실장과 신체접촉을 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는 "보석 조건 때문에 정진상과 전혀 접촉을 못 하는데 이 법정 안에서라도 휴정하거나 재판이 종료되면 대화는 하지 않을테니 신체 접촉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 안아보고 싶다"고 했다. 재판부가 허락하자 두사람은 포옹하고 악수한 뒤 법정을 빠져나갔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관련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이재명 성남시 정책비서관 출신'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앞서 법정으로 출석하는 과정에선 검은 정장 차림으로, 한 손에 지팡이를 잡은 채 걸음을 옮겼다. 법원 앞으로 몰려든 이 대표 지지자들은 '윤석열 탄핵하라' '한동훈 탄핵하라' '김건희 구속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반대파에선 '이재명 도둑놈' 등 구호를 외치며 맞불을 놨다. 구속영장 기각 이후 첫 공개일정으로 다시 법원에 온 심경을 말해달라거나, 기업들의 성남FC 후원금을 여전히 뇌물이 아니라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의엔 묵묵부답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양측의 모두 진술 절차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이 대표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다음 기일인 17일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후 11월초 공판에선 유동규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2010~2018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을 관영에서 민관 합동으로 전환, 김만배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와 계열사 등 민간사업자에게 참여의 길을 열고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원을 얻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해당 혐의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 적용됐다. 특혜 의혹의 일환으로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도개공으로 하여금 개발 확정이익(1822억원)만을 받도록 해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사 내부문건을 근거로 이익의 70%(약 6725억원)는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1822억원만 얻도록 제한이 이뤄졌다고 보고, 차액인 4895억원을 배임 혐의 액수로 특정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도 기소돼 같은 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에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