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산하 한국남동발전과 한국동서발전이 출자한 '전남 고흥 해창만 수상태양광 발전사업'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주식회사 한양)을 둘러싼 입찰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공모 수주 경쟁자였던 나머지 3곳의 컨소시엄에 대한 불공정경쟁의 배경으로 "문재인 정권의 급속한 태양광 보급 정책"이라는 주장과 함께, 공기업의 태양광사업 전수조사 요구가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해창만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의 1200억원 규모 EPC 공모에서 한양이 '3000억원짜리 리조트와 골프장을 지어주겠다'고 확약하며 선정된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실이 공개한, 2021년 2월5일 한양에서 해창만 수상태양광 EPC 입찰 참가를 위해 고흥군수 앞으로 제출한 '지역투자 유치계획'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투자계획'으로 2021~2025년 연도별 △법인설립 10억원 △인허가 용역 10억원 △토지매입 980억원 △토지매입 1000억원 △공사 1000억원 등을 명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박수영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그는 먼저 "(한양의) 3000억원 투자는 물론 수상태양광 공사 자체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며 "이 사업은 남동발전과 동서발전이 130억원을 출자한 SPC(특수목적법인)인 고흥신에너지가 진행하는 국내 최대규모(95MW)의 수상태양광 발전사업이다. 2021년 1월 예정가격 1225억원인 EPC 공모에 현대건설·한화솔루션·LS일렉트릭·한양 4개 컨소시엄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량평가의 주요항목은 평가기준을 3등급으로 나눈 '기업신용등급'과 '지역투자 유치'였는데 한양만 신용등급 BBB+로 최하점인 4점을 받았다. 그런데 한양이 '지역투자 유치계획'으로 '3000억원 규모의 리조트와 골프장을 지어주겠다'고 확약하고, 다른 컨소시엄은 각 10억원·12억원·26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제출해 결국 한양이 최종 선정됐다. '공모 예정가격 2.5배 수준'의 투자 계획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그러나 이 황당한 제안에 심사위원 5명 중 4명이 10점 만점을 줬고 1명은 9점을 줘 합산 최고점을 받았다"고 짚었다. 이런 내용의 '심사위원별 채점 현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업비 조달 계획의 적정성, 사업계획의 타당성 등 실현가능성과 타당성에 5점, 재원조달계획 등 세부투자계획이 5점이 배정됐지만 상식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한양의 계획에 최고점을 준 것이다. 한양에 만점을 준 심사위원(4명)들이 현대건설(8점)·한화솔루션(8점)·LS일렉트릭(9점)에 준 점수는 공교롭게도 모두 일치했다"고 했다. 또 "한양이 선정된 후 2021년 3월 남동발전 이사회(회의록)에서 한 이사가 'EPC사의 수상태양광 건설실적 미보유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자 담당부서의 박희장 처장은 '신용도 높은 EPC사와 부유체 제작실적 보유업체 간의 컨소시엄을 의무화'했다고 답변했고 이사회는 해당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수영 국민의힘 국회의원실 제공 자료. 전남 고흥 해창만 수상태양광 설계·조달·시공(EPC) 수주업체 '주식회사 한양'에 관한 참석자(박희장 당시 한국남동발전 처장)의 발언 내용(붉은색 별도 표시)이 사실과 달랐다는 취지로 의원실은 지적했다.
답변한 박 처장은 퇴직 후 한양의 부사장이자 리뉴어블에너지솔루션본부장으로 취임했다. 해창만 수상태양광 사업 지체에 관해서도 의원실은 "고흥신에너지는 올해 7월 한양에 공사 지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체상금 172억원을 내고 '지역투자 유치계획 이행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한양은 '지체상금책임을 부담할 의무가 없음, 사업환경 개선 및 지자체 재협의' 등의 답변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실의 질의에 남동발전은 "현재까지 EPC사(한양)는 지역투자 유치계획에 대한 이행증빙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급속한 태양광 보급 정책과 한전카르텔의 이익이 맞물리며 발생한 사건"이라며 "사업 진행 과정에 누가 개입했고 이권이 오간 것은 없는지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면서 공기업 태양광사업 전수조사를 촉구했다.
해창만 수상태양광은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라인 전반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다음날(15일) 감사원이 고흥군청 관련자 2명 징계를 고흥군수에게 요구한 내용 등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공개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해창만 방조제 내 일부 토지 관련 '전남도지사 승인 없이' 농업생산기반시설 폐지를 결정한 점이 징계사유가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