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추월당했다. 한국 성장률 전망은 지난 7월 전망과 같은 1.4%를 유지한 반면, 일본은 0.6%포인트 상향해 2.0%를 전망했다.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도 2.2%로 0.2%포인트 낮췄다. IMF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도 0.1% 하향 조정해 2.9%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과 관련한 변수는 포함하지 않아 향후 불확실성이 예상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IMF는 10일 '10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세계경제에 대해 '안정적이지만 느린 회복세(Stable but slow)'는 평가를 내놨다. IMF는 먼저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종식에 따라 서비스 종식이 급증하고, 미국·스위스발 금융불안이 조기에 진정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제조업 부문 부진이 지속되면서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7월 전망과 동일한 3.0%로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0.1% 하향한 2.9%로 전망했다. 한국 성장률은 올해 1.4%로 동일했고, 내년에는 2.2%로 0.2%포인트 하향됐다. 일본은 7월에 이어 이달 전망에서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높였다. IMF는 일본의 올해 성장률을 4월 1.3%에서 7월 1.4%, 10월 2.0%로 상향했다.
다른 주요국을 살펴보면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1%로 0.3%포인트 상향됐고, 내년 성장률도 1.5%로 0.5%포인트 올려잡았다. 지난 7월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던 독일은 다시 한번 성장률 전망을 하향해 올해 -0.5%의 역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캐나다(-0.4%포인트)와 중국(-0.2%포인트), 사우디(-1.1%포인트) 등도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낮췄다.
지난 7월 전망에서는 "세계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이번 전망에서는 그런 언급이 빠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만큼 좀 더 조심스럽게 표현을 다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IMF는 높은 근원물가 탓에 물가 안정목표를 달성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근원물가 상승률은 6.3%로 7월에 비해 0.3%포인트 상향됐고, 내년 상승률 전망은 5.3%로 0.6%포인트나 올라갔다. 대부분 국가가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려면 2025년은 돼야 한다는 게 IMF 예상이다.
IMF는 3월과 7월에 이어 이번달 세계경제전망에서도 '긴축 기조'와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섣부른 통화정책 완화를 지양하고, 물가상승률 하락세가 명확해질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통화정책과 발을 맞춰 지출을 줄이고 세입을 확충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구조개혁과 규제개선을 통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 경제의 불안정과 미국 중심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그리고 최근에 발발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 충돌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제조업 부문에서 침체 완화가 관측되지만, 실물경제에서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 침투해 수백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일부는 인질로 잡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직면하게 될 것은 가혹하고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하면서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태 직후인 지난 9일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가 4.3%가 상승하는 등 단기적 상승세를 보였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무장충돌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면 유가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