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직장명을 '변호사'라고 적은 A씨가 '의사형들 증원 맛 좀 봐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우리도 배출 정원 1000명에서 1700명으로 증원된 지 12년 됐다. 이제 금전적으로는 상위권 대기업 사무직이랑 별 차이 안 날 만큼 먹고살기 팍팍해졌다"고 적었다.
그는 "근데 법률서비스 접근성은 어마어마하게 좋아져서 이제 간단한 법률상담이나 소송 위임은 염가에 가능하고, 중견이나 중소기업도 사내 변호사를 뽑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법고시 시절과 현재 법률 서비스 퀄리티를 비교했을 때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그 이유로 "사법시험 변호사 중에서도 기본적 법리도 이해 못 하고 서면 개판으로 쓰는 사람이 수두룩하고, 변호사 시험 출신 중에서도 똑똑한 애들은 진짜 똑똑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직 증원이라는 건 아예 그 직업의 하방을 삭제해 버리는 파멸적 수준이 아닌 이상 무조건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이득이라고 본다"며 "(의사들) 그동안 꿀 많이 빨았잖아? 한잔해~"라고 적었다.
그는 또한 "중범죄자 (의사) 면허 박탈은 도대체 왜 안 되는 거냐. 우리는 음주 단속에만 걸려도 변호사협회에서 자격 정지한다"고 했다.
이 글을 본 한 약사는 "약사도 1200명에서 2000명으로 증원됐는데 심야 약국 증가, 일반 약 가격 상승 억제 등 (이득이) 소비자한테 돌아갔다"고 댓글을 달았다.
또한 정원 증원에 대해선 "그놈의 건강보험료 타령하는데 건강보험료 지급 항목 수정하면 되는 거고 결국 비급여 항목 가격 인하, 친절도 상승, 지방 접근성 향상 등 이득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계적으로 매년 3000명까지 늘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의대 입학정원은 2000년 기준으로 3507명이었다. 하지만 지난 17년간 의대 정원은 3058년으로, 늘어나기는커녕 되레 줄어 들었다.
이는 고령화에 대비해 의대 입학정원을 수천명씩 늘리고 있는 독일, 영국 등 선진국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우리보다 인구가 다소 많은 독일(8317만명)의 경우 공립 의과대학의 총정원이 9000명을 넘지만, 이를 1만5000명가량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영국(6708만명)은 2020년에 의대 42곳에서 모두 8639명을 뽑았다. 2031년까지는 1만5000명까지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독일과 영국의 의대 입학 정원은 각각 우리나라의 무려 5배에 달하게 된다. 프랑스, 일본 등도 고령화 추세에 맞춰 의대 정원을 지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의대 입학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사단체 등이 파업으로 이를 번번이 무산시키는 반발이 거세 이번에는 넘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로 한 의사는 "의대 증원은 필연적으로 과잉 진료 심화 및 건강보험료 상승을 부추길 것이고, 결국 민영화 수순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의료계는 건보 문제 등이 얽혀 있어 변호사와 같은 자유경쟁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