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려온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득표율 17.15%포인트차로 더불어민주당에게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대패(大敗)라고까지는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 책임론 속 김기현 당대표가 임명직 당직자 사퇴로 선을 그은 것에도 "(김기현) 2기 지도부가 최선"이라고 엄호했다.
이용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윤 대통령이 전날(18일)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 회의에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국정기조 변화 조짐을 보인 배경에 관해 질의응답을 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강서구청장 보선 대패 때문이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선을 그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국정감사 질의를 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용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 대해선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에 대해 우린 확실하게 인정하고 이제 국민 앞으로 달려가겠단 뜻으로밖에 안 보인다"면서도 "(17일 만찬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제언한 것을 한번 우리가 되짚어보겠단 말씀이 전반적인 통합위의 조언을 다시 한번 숙지하고 나아가겠단 뜻 같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를 취임 1년 6개월 만에 한 것이 기사화되는 자체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엔 "대통령께서 그동안에 정치를 좀 안 하셨다고 본다"며 "대통령이 정치가 아닌 오직 원칙만 (그동안) 강조하신 것 같다"면서 "원칙적인 기조를 고집하셨기 때문에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나 싶다"고 여론에 무게를 둘 방침을 시사했다.
이어 "대통령도 임기 초기에 '포퓰리즘 정치를 하지 않겠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겠다'고 했다"면서도 "전 정부에서 국가채무가 1000조원 이상으로 늘었다. 그 빚을 갚고 우리가 미래세대를 위해 국가재정을 안정시키자는 생각이었는데 선거 패배 이후 보니 국민은 실제 그거에 관심보단 '나의 마음을 헤아려달라'는 메시지였다"고 풀이했다.
'국가재정에 부담이 되더라도 총선 앞두고 돈 풀기를 할 수 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돈 풀기라기보단, 내년 예산을 보면 저희가 R&D(연구개발) 사업을 감액했고 국가보조금을 삭감했는데 거기에 국민이 불만이 좀 많지 않았나"라며 원칙 일변도에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는 취지의 '투트랙'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는 기조를 말씀하셨는데 이젠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가면서 국민의 마음도 헤아려야 되지 않을까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내년에 적극 확장 재정정책이 나올 수 도 있겠다'는 물음에도 부인하지 않았다. 강서구 보선 참패가 '약'이 됐느냐는 질문엔 "대통령뿐 아니고 저희 당에도 약이 됐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그래서 쇄신한다고 하고 긴급의원총회도 열고, 오히려 강서구청장 선거를 저희가 안 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조로 갔다면 내년 총선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 않느냐"며 "윤 대통령이 몇번이나 강조하셨다. (언론 인터뷰 등에서) '내년 총선에 이기지 못한다면 본인은 식물 대통령이 된다'는 말씀을 굉장히 강조하셨다"고 했다.
그는 극단적 여소야대 국회를 두고 "실질적으로 국민의힘이,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대통령도 할 수 있는 게 지금 이 건밖에 못 하신다. 정부 정책을 펼칠 수가 없다. 예산도 우리가 내년 예산을 펼치는데 어찌 됐건 민주당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저희가 소수의 의석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것도 없단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2기 지도부와 전날 오찬에서 '고위당정회의 주1회 정례화' 방침을 정한 데 대해 '용산이 절대적 우위였는데 당에 힘을 실어주기로 한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이 계속) '당 얘기를 존중해주라'는 말씀한 걸 저는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 와서 당을 존중하란 뜻은 아니다"며 소통 빈도 강화에 무게를 뒀다.
2기 지도부에 대한 당내 반응을 두고는 "처음엔 굉장히 우리가 쇄신해서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된다고 끓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한번 경험했지 않냐"며 "의원들 스스로 걱정하고, 이젠 우리가 그걸 넘어가야 되지 분란을 하면 안 된다 해서 내부의 강한 기류보단 '재정비해서 가자'는 게 강하다"고 주장했다.
'당을 쪼개고 새살림을 차리란 게 아니라, 당에서 다른 목소리 내지 말고 용산의 결정에 일치단결해서 가자면 너무 소통이 막히는 게 아니냐. 다른 문제'란 지적엔 "제가 볼 땐 2기 지도부가 최선"이라며 "비대위 체제로 가면 당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최소 2~3개월 걸리면 내년 1월인데 (그땐) 전체적인 공천전략이 마무리가 돼야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거듭 "비대위 체제에 안정을 갖는 데만 내년 1월인데 과연 총선을 치를 수 있나"라며 다른 의원도 "이게 쇄신"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한편 경기 하남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그는 지역 민심이 '여당이 왜 이렇게 못 싸우냐, 힘이 없다'는 지지여론과 '죄 없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왜 구속시키려 하느냐'는 비판 등 양론이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