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 반윤(反윤석열) 대표 기수인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당대표가 나란히 12월 거취 결단을 시사한 뒤로도 윤석열 대통령, '김기현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탈당 명분쌓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전 의원은 19일 '12월 중 당을 떠날지 말지 결정할 것이고, 신당 창당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과거 바른정당 창당 후 세력화에 실패한 그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1번·2번 정당만 득세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당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제가 알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제가 만약 그런 결심을 하게 된다면 대단히 강한 결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이 홀로 서야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 변하더라도"라며 "당 안에서 힘이 모이면 12월까지 당이 진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변할 수 있다. 그러면 김기현 지도부도 못 견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공천에 목구멍이 포도청이었는데 지금부턴 상황이 다르다. '공천 받아도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니까 수도권에 있는 우리 당 정치인들이 들고 일어나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변인과 공개 설전을 벌였다. 앞서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MBN 방송에 출연해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가 이 전 대표가 탈당해도 지지율 3~4%포인트 정도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는 질문에 "오히려 3~4% 플러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친윤(親尹)계를 뻐꾸기 탁란에 빗대자 "변해야 하는 것도, 배신의 아이콘도, 탁란도 유사 보수도 이 전 대표"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대구 언론단체 초청 토론회에서 "눈만 뜨면 배신자와 내부 총질러를 찾아다니는 뻐꾸기 같은 유사보수"가 "선거 승리의 DNA"를 없애고 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의 비판에, 그는 이날 페이스북으로 "대변인이면 당의 입장일텐데 이준석이 당을 나갈 경우 당 지지율이 3~4% 오른단 분석을 하고 있다면 즉각적으로 이준석을 제명해서 당 지지율을 올리라"고 꼬집었다.
전날 토론회에서 "(당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내부 비판에 즉각 '날 제명하라'는 입장으로 맞받은 셈이다. 한편 이 전 대표는 대구에서 내년 총선 자신의 거취와 관련 "기본적인 생각은 여기(서울 노원구병)서 뛰어 국회의원이 되는게 목표"라면서도 "보수가 더 잘 되는 길, 개인적으로도 유의미한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결심'을 할 수도 있다"며 대구 무소속 진출 여지를 뒀다.
이 전 대표는 또 "윤 대통령께서 변한다는 방향성을 줘야 한다"며 그럴 경우 당원권 회복 후 노원병에 출마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앞으로) 80일의 기간을 허무하게 보낸다면 제 입장에서도 정치에 다른 위기가 되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왼쪽부터 국민의힘 유승민 전 4선 의원, 이준석 전 당대표.<유승민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