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한번은 나눠먹기식, 뿌리기식 예산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며 "구조조정의 예외가 돼야 하는 성역인가"라고 말했다.
내년 R&D 예산이 올해 대비 5조 2000억원 삭감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나오자 소신발언으로 맞선 것이다.
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추 부총리는 "과학 기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R&D가 대한민국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인식은 어느 정부보다 약하지 않다"면서도 "(R&D 예산이) 예산 10조원에서 20조원까지 11년 걸렸는데,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오는데 단 3년 걸렸다"고 말했다. '국가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오판'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잇단 지적에 '문재인 정부가 R&D 예산을 방만하게 늘린 측면이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기재위 국감에선 추 부총리와 야당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총리가 경제 전망한 게 맞는게 없다"며 "전 세계가 부러워하고 튼튼했던 우리 경제가 윤 정권 1년 반도 안 돼서 총체적인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해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추 부총리는 "질타나 추궁은 좋은데 표현은 적정 수위로 할 수 없냐. 저도 국회의원"이라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기재위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민주당이 '경제가 폭망한다' 이런 표현을 했다"며 "민주당은 우리 경제가 폭망하라고 기우제를 지내는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추경호 부총리를 향해 삼행시를 지었다. 서 의원은 "추, 추경에 관심이 없어요. 경, 경제도 너무 어렵게 만들어 놨어요. 호, 누구만 호의호식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에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좋은 의도라 해도 부총리 이름 갖고 삼행시를 하는 건 국감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새만금 사업 예산이 78% 삭감된 것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특히 목소리를 높였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 등은 기재부 예산실 국장들을 증인으로 불러 "새만금 관련 심의를 따로 한 일이 없느냐"며 추궁했다. 추 부총리는 "예산 편성에서 지역별 비교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59조원 상당의 역대급 세수오차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여야 양측에서 비판이 이어졌다. 추 부총리는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세수 추계에서) 적극적으로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국회예산정책처 등과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기구 전문가들의 컨설팅도 받겠다"고 했다.
재정 준칙에 대해서는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이어갔다. 추 부총리는 "건전재정 기조는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되고 확고하게 유지돼야 한다"며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우리나라의 재정 상태고 또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라고 강조했다.
대구 달성군 지역구에서 2선을 지낸 추 부총리는 본인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종용하듯 질의하자, 추 부총리는 "현직에 언제까지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자리에 있을 때는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