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데이비스의 연구진은 최근 골든 리트리버의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게로사이언스(GeroScience)에 발표했다. 이들이 발견한 유전자는 인간에서 암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HER4'로, 골든 리트리버는 이 유전자의 변이 유형에 따라 수명이 2년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ERBB4라고도 알려진 HER4는 인간 표피 성장인자 수용체 중 하나다. 사람에서 암세포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진 HER2와 같은 계열의 유전자다. 이 계열의 유전자(HER)는 신체의 정상적인 발달에 꼭 필요한 반면 과도하게 발현되면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UC 데이비스 수의과대학 로버트 레브헌 교수는 "대부분의 골든 리트리버가 암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중 일부는 15세, 16세까지 산다면 나쁜 유전적 소인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유전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결과 그 유전자는 바로 HER4"라고 밝혔다.
레브헌 교수는 개도 인간과 같은 종류의 암에 많이 걸리는 만큼 이 발견이 인간에게도 중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HER4 변이가 골든 리트리버의 암 형성이나 진행에 중요하거나, 암에 걸릴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확인되면 향후 인간 암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300마리 이상의 골든 리트리버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14살까지 산 골든 리트리버와 12살 이전에 사망한 골든 리트리버의 혈액 샘플에서 추출한 DNA를 비교한 결과 HER4 유전자의 특정 변이(5′UTR 일배체형3)가 있는 개는 평균 11.6년, 그렇지 않은 개는 13.6년 산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교신저자인 UC 데이비스 수의과대학의 다니카 배나쉬 교수는 "약 2년은 개의 수명에서 큰 차이"라면서 "개의 수명 2년은 인간의 12~14년에 해당하는 만큼 2년 더 오래 산다는 것은 수명이 15~20% 길어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배나쉬 교수는 그러나 이번 발견이 골든 리트리버의 암 발병과 관련된 복잡한 퍼즐의 작은 조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이 유전자 변이가 수컷 개에 비해 암컷 개의 수명에 훨씬 큰 변수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HER4는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과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환경 독소를 처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후속연구를 통해 더 많은 수의 골든 리트리버를 대상으로 비슷한 추이가 있는지 연구하고, 이 유전적 변이가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