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기술 고도화를 위해 영상데이터 원본을 정보주체 동의와 마스킹·블러링 등 가명처리 없이도 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AI(인공지능) 모델이 학습한 언론 기사 등 저작물에 대한 대가 지급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나온다.
정부는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데이터경제 활성화 추진과제'를 발표했다. AI를 비롯한 신산업 발전에 대응해 데이터 활용과 관련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먼저, 자율주행차·이동형 로봇 관련 기업이 영상데이터 원본을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이달부터 시행한다.
자율주행 알고리즘 개선 목적에 한하며, 처리과정의 투명성과 접근통제·암호화 등 안전조치가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위는 현재 실증특례를 신청한 네이버랩스·뉴빌리티·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9개사에 대해 안전조치 심사를 거쳐 연내 승인을 추진한다. 국토부 등 관계부처 중심으로 정밀지도 원본 및 데이터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시장도 조성한다.
양청삼 개인정보위 개인정보정책국장은 "실증특례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제도 개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실증특례라는 테두리에서 일단 시험해 보지만 여러 예측 못한 리스크가 따를 수 있는 만큼 운영 성과를 보면서 제도 개선을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AI 등장에 따른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를 고려해 AI 학습데이터 활용 시 정당한 대가 지급 등 저작물 이용 지침을 안내하는 'AI 저작권 가이드라인'도 내달 초 발표한다. 강규호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국 사무관은 "AI 학습데이터로 이용할 시 정당한 대가를 내도록 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가이드라인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AI 사업자와 이용자, 권리자들이 유의해야 할 내용을 담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공공분야에 축적된 보이스피싱 범죄 상황 음성데이터 약 3만 건을 민간 기업에 제공해 공익적 AI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민생 범죄 확산 방지를 도모한다. 기존 'AI허브'는 'AI학습데이터 중개플랫폼'으로 확대, 민간이 보유한 양질의 AI학습데이터에 대한 수요공급 매칭을 지원한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유전자 데이터 활용 제고를 위해 소비자 대상 직접 시행(DTC) 유전자 검사 허용범위를 기존 웰니스 항목에서 질병 유사 항목까지 확대하고, 유전체 데이터에 대한 가명처리 기준도 구체화한다. 건강보험 가명데이터를 적극 개방하고, 건보공단, 보험사 등이 고혈압·당뇨 환자의 건강증진 요인 분석 등 다양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데이터 활용에 필요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절차도 간소화한다.
심은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장은 "공공 데이터와 임상 유전체 및 라이프로그를 포함한 100만명 규모의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을 본격 추진해 정밀의료기술 개발과 바이오헬스 혁신성장을 이끌겠다"며 "CT·MRI 등 비정형 의료데이터의 가명처리 기준을 구체화해 의료AI 서비스 개발에 활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전성이 확보된 MRI, CT, X레이 데이터 및 의료 합성데이터 약 13만5000건을 제공함으로써 의료AI 발전을 지원한다. 정부에서 의료 합성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는 최초 사례다. 2025년 전 분야 마이데이터 시행에 앞서 내년부터 의료 마이데이터 선도 프로젝트(규제샌드박스)도 추진하고, 질병청·건보공단·심평원 등 의료정보를 공공 마이데이터로 제공할 계획이다.
데이터의 효율적인 유통·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190여개의 공공·민간 데이터 플랫폼을 연계한 통합 인프라 '원(One)-윈도우'(가칭)를 구축한다. 데이터 표준계약서 및 가격산정 가이드라인 마련, 가치평가·품질인증 지원 등 민간 주도의 데이터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적 인프라를 강화할 계획이다.
엄열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데이터 가치평가 제도를 활성화하고, 고품질 데이터 거래 촉진 등을 위해 데이터 품질인증제도 확산을 추진하겠다"며 "데이터 거래사도 2025년도까지 약 1000명 양성하겠다"고 덧붙였다.팽동현기자 dhp@dt.co.kr
양청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정책국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과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