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릴리가 만든 비만치료제가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비만약 품귀 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라이릴리는 연내 미국에서 '젭바운드'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릴리가 당뇨약 '마운자로'와 구분되도록 상품명을 붙인 것일 뿐 두 제품은 주성분(티제파타이드)과 함량이 같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이거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같은 질환을 가진 과체중자는 젭바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일라이릴리는 젭바운드의 한달 치 가격을 경쟁 제품인 위고비 대비 20%가량 저렴한 1060달러(140만 원)로 책정할 예정이다. 경쟁 제품 '위고비'의 미국 내 판매가는 월 4회 1349달러(약 170만원) 수준으로, 정가 월 4회 700달러(약 92만원)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지만, 폭발적 인기로 품귀 현상까지 겪고 있다.
매일 1회 주사가 필요한 '삭센다'와 달리 위고비는 주 1회만 맞으면 돼 편의성이 높은 데다,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이 체중감량 비결로 이 약을 소개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젭바운드 출시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공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젭바운드를 연내 미국에 우선 출시한 후 단계적으로 공급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위고비를 만드는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수요 급증에 따른 조치로 생산시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덴마크 칼룬보르에 위치한 기존 제조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420억 크로네(약 7조966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 대부분은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주사제인 오젬픽과 위고비, 경구제 리벨서스 등의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시설에 투입된다. 일라이릴리도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제품 생산능력(CAPA)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증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라이릴리는 생산물량 확대를 위해 생산시설 매입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라이릴리의 올해 1~3분기 누적 설비투자 규모는 약 24억달러(약 3조1449억원)로, 2022년 연간 설비 투자액 총 19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일라이릴리는 올해 말까지 마운자로 공급량을 작년의 2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 인근에 있는 제조시설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한편 두 번째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한편 비만인구가 갈수록 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21세기 신종 유행병'으로 진단하면서 전 세계 비만 인구가 2035년 19억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1000억 달러(131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회를 잡기 위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3~4년은 대사 관련 치료제(GLP-1 당뇨·비만 치료제)들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