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전문가 안승락 박사 '경고'
"4~5년 전 해외서 유입 됐을것
모기 매개 질병도 급증 가능성"
"최근의 전국 빈대 확산은 적어도 4∼5년 전, 해외 유입을 통해 시작됐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만약 기후위기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점점 따뜻해진다면 빈대 개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모기가 더 자주, 더 오래 활동해 말라리아, 뎅기열, 뇌염 등 모기 매개 질병 발생도 급증할 우려도 있습니다."
안승락(사진) 한국자연사박물관 박사(전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개발과장)는 최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대표적인 곤충 전문가인 안 박사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평생 곤충을 연구했다. 연구개발과장 등을 지내고 정년퇴직 후 한국자연사박물관에서 몸담고 있다. 그는 "최근 발견된 빈대는 1970년대 DDT 사용 이후 박멸되지 않고 있던 것이 기후 영향을 포함한 어떤 이유에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출몰했을 경우와, 해외 여행객·물자 교류 등이 활발해지면서 사람이나 화물에 빈대가 붙어 같이 국내로 들어온 경우로 나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해외 여행객이나 외국인 등 사람을 통해 국내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커 보이고, 최소 4∼5년 전부터 들어와 번식하면서 개체수 증가로 인해 발견 빈도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유럽, 미국 등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안 박사는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걸 봤을 때 해외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빈대와 같이 노린재목과에 속하는 진딧물과 된장잠자리 등 일부 곤충은 기류와 바람을 타고 대륙 간을 이동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빈대에 내성이 덜한 살충제를 긴급 사용 승인한 가운데 빈대 박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안 박사는 말했다. 그는 "과거에 DDT 사용으로 빈대와 벼룩, 이 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아는데, 그 당시 DDT 방제에도 살아남은 빈대의 경우 내성을 갖게 된다"며 "내성을 지닌 빈대가 번식해 낳은 빈대는 내성이 이전보다 강해져 살충제 방역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빈대는 노린재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유일하게 동물을 흡혈하는 종이다. 주사바늘처럼 가늘고 긴 주둥이가 가슴 부위에 있는데 흡혈 대상을 발견하면 주둥이를 길게 내밀어 피를 빨아 먹는다.
안 박사는 최근 빈대 출현이 기후위기와 연관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위기에 곤충들이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되거나, 서식에 적합한 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며 "빈대도 통상 아열대지역에서 활동하지만, 우리나라 기후가 온난화 영향으로 점점 아열대로 바뀌면서 빈대 개체수도 더욱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가 우리나라 곤충 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안 박사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면적에도 사계절이 있고 산, 바다 등에 둘러쌓여 다른 나라에 비해 곤충 다양성이 풍부하다"면서 "그러나 아열대 기후로 바뀌면 기존 곤충들이 적응하지 못해 북방한계선으로 이동한 자리에 아열대 서식 곤충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열대 서식 곤충 중 모기는 더 오래 활동하고, 개체수는 더욱 늘 수밖에 없어 모기 매개 질병인 말라리아, 뎅기열 등의 확산 우려가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기는 각종 질병을 사람에게 옮기는 생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인류를 죽음으로 몬 말라리아, 일본뇌염,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최근 소에 확산되고 있는 럼피스킨병 등 각종 전염병을 유발한다.안 박사는 "기후위기가 갈수록 가속화되면 곤충을 매개로 한 다양한 질병 발생이 높아지는 만큼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