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환경부 공직생활하다 `ESG 전도사`로… "도시계획부터 ESG원칙 세워야"

입력: 2023-11-25 22:25 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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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亞 최초 도입 주인공… 천연가스 시내버스도 주도
기업중심 ESG, 공공영역으로 끌어와야… 말뫼·꾸리찌바 등 생태도시 주목
故이태석 신부와 깊은 인연… "나눔의 가치 알려줘 제 삶의 변화 주신 분"

[오늘의 DT인] 환경부 공직생활하다 `ESG 전도사`로… "도시계획부터 ESG원칙 세워야"

이재현 이사장

이재현 (사)서구미래ESG포럼 이사장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고, 공통적으로 행복을 기대하기 때문이죠.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는 규제장벽이 아니라 인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한 디딤돌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분야 전문가인 이재현(63·사진) (사)서구미래ESG포럼 이사장은 현재 'ESG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ESG의 원래 의미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재무적인 요소 외에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영향(Social),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의 사회·윤리적 가치를 반영하도록 하는 경영방식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사회적 양극화 심화 등 복합위기가 나타나면서 미국과 영국 등이 기업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ESG경영은 필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경제분야에서 좁은 의미에서 쓰이던 ESG개념이 최근에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에서 폭넓게 쓰이면서 대세가 되고 있다.

이재현 이사장

이 이사장은 "올해 10월부터 유럽연합(EU)으로 수입되는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만큼의 비용을 관세로 내는 탄소국경세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더불어 올해 새로 도입되는 EU 환경규제는 공급망실사지침, 에코디자인 규정(ESPR), 지속가능성 공시지침(CSRD), 플라스틱세, 신(新) 배터리 규정, 화학물질 분류 및 포장 규정(CLP), 신(新) 화학물질 관리제도 등 8가지나 된다"면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 1월부터 국내 철강·화학업계는 시행 단계별로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각국의 여러 환경규제가 시작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ESG 폭풍이 불어닥치기 전에 하루빨리 정부와 기업이 함께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읽고, 한발 앞선 대응을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이 ESG에 미래가 있다고 보는 까닭은 그 자신이 환경분야의 정책과 규제,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설정했던 환경부 공직자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환경부에 재직하면서 대기정책과장, 교통환경과장, 기후정책국장을 거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7대 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2010년에 기후정책국장 등 주로 기후변화, 대기환경정책을 이끌면서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고군분투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아시아에서 최초로 도입한 주인공이자, 미세먼지 저감에 결정적 효과를 본 천연가스 시내버스를 전국 대도시에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수도권지역의 가장 골치 아픈 환경문제인 '쓰레기 매립'을 총괄하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관리공사의 대표로 복무하면서 '위생적인 쓰레기 매립'에만 국한돼 있던 공사의 기능과 역할을 자원순환 개념으로 확장해 폐기물 자원화 및 에너지화까지 추진했다. 공기업 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뒤에는 수도권쓰레기매립지가 있던 인천 서구 지역의 기초자치단체장을 지내면서 전국에서 가장 심한 수준의 악취를 저감하고, 대기질 개선, 친환경 녹색도시를 구축하는데 힘써 2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환경대상 '환경행정'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이재현 이사장이 지난 25일 인천 서구 하나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서구미래ESG포럼 정기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포럼 제공

이 이사장은 자신의 환경 분야 전문지식과 행정 경험을 살려 올해 사단법인 서구미래ESG포럼을 설립했다. 너무 심각한 기후위기와 지구환경 훼손 등으로 ESG가 시대적인 과제가 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8월에는 청년들과 함께 하는 ESG 포럼을 개최했고, 도시계획과 ESG, 자원순환과 ESG 등 다양한 주제로 포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토크콘서트 형식의 정기포럼을 개최하며 ESG 전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이사장은 "ESG는 달리 보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의 시대'에서 ESG는 앞으로 30년 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를 지배하는 개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이사장은 "기업 ESG의 개념은 쉽게 말해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을 갖지 말고, 기후변화 등 환경과 사회적 기여를 고려하고, 투명하게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라는 의미"라며 "결국은 모든 영역에서 가치있는 일을 하라는 뜻이다. 한마디 단어로 바꾸면 '함께'라고 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 이사장은 기업 중심으로 통용되고 있는 ESG를 조금 더 국민의 삶과 밀접한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기초·광역자치단체가 도시운영의 계획부터 집행까지 ESG를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든 도시에서 도시재생, 도시개발, 가로주택정비, 소규모주택정비 등 크고 작은 사업들을 많이 하는데 하고 난 결과물을 보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혹은 오히려 교통이나 주차, 쓰레기 처리 등 정주환경이 역행하는 경우도 있다"며 "도시를 설계할 때 ESG를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시계획부터 ESG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현 이사장

이 이사장은 스웨덴의 말뫼와 브라질의 꾸리찌바, 스페인 폰테베드라, 일본의 키타큐슈 등을 친환경적 도시 계획과 실천으로 주목받고 있는 ESG 도시의 사례로 소개했다. 이 이시장은 "말뫼와 꾸리찌바 등은 열악하고 쇠약한 도시, 시민들이 떠났던 도시가 세계적인 생태도시, 명품도시로 발돋움한 좋은 본보기"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들 도시와 견줄 수 있는 ESG 도시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지론이다.

이 이사장이 이처럼 범지구적인 비전을 머릿속에 담도록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 우리에게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로 큰 감동을 주고 떠난 고(故) 이태석 신부다. 사실 이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의 동료이자 후원자였다.

이 이사장은 환경부 공무원으로서 2000년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요원으로 파견돼 케냐 나이로비에서 근무를 할 당시 이태석 신부를 처음 만났다. 나이로비에서 톤즈마을을 위한 모금활동 등을 진행하던 이 이사장은 2003년 직접 톤즈마을로 들어가 이태석 신부와 함께 지내며 봉사와 후원활동을 병행했다. 2004년에는 수단어린이장학회를 설립해 8년동안이나 이사장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이태석 신부님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것도 그의 공이 컸다. 이 이사장은 "자신이 가진 아주 작은 재능이라도 주변에 아낌없이 나눠주던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배웠다"며 "제 삶의 변화를 주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재현(왼쪽 첫번째) 이사장이 지난 2009년 12월 故 이태석 신부(가운데)와 수단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끝은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장민석 이사.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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