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소유주들이 올해 1월 시공사로 선정한 GS건설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예상보다 세대당 분담금이 늘었고 공사 기간이 길다는 이유에서다. 건설 업계에선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의 장기 표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25일 소유주 전체 회의를 열고 GS건설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위원회 위원도 전원 해임하고, 조합원 분담금 완화, 공사 기간 단축 등도 추진키로 했다.
상계주공5단지는 현재 최고 5층 840가구 규모를 헐고 지상 최고 35층·5개동 996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서울 타 재건축 추진 단지 평균 용적률은 150%를 상회하지만, 앞서 이 아파트 용적률은 93%에 불과해 서울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사업성이 가장 좋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상계주공5단지 조합 집행부가 지난달 재건축 예상 공사비 등을 근거로 분담금을 추산한 결과 소유주가 전용면적 84㎡ 재건축 아파트를 배정받으려면 세대당 분담금이 5억원에 달할 것이란 계산이 나왔다. 현재 이 단지 실거래 가격이 이미 5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 집값 수준 만큼의 분담금을 내야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소유주 입장에서 재건축 사업성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상계주공5단지는 모든 세대가 전용 37㎡로 이뤄져 있어 재건축 면적대비 소유주 숫자가 많다"며 "용적률은 93%로 낮은 편이지만 소유주 분담금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계주공5단지 소유주들은 GS건설이 제시한 공사 기간이 '착공 후 48개월' 인 점도 문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1월 상계주공5단지 시공사로 선정될 당시 3.3㎡당 공사비 650만원과 함께 공사 기간을 48개월로 제안했다.
하지만 GS건설이 제시한 공사 기간 48개월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 평균 공사 기간에 비해 긴 편이 아니다. 건설사들은 지난해 초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아파트 공사 기간을 평균 50개월 정도로 책정하고 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짧은 공사 기간을 건설현장 사고의 제1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년 초 HDC현대산업개발 화정동 아이파크 사고 이후 안전관리 기준이 강화됐다"며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공사 기간이 유난히 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선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계주공5단지가 새 시공사를 모집해도 GS건설이 제시한 금액보다 공사비가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올해 1월 상계주공5단지 공사비를 3.3㎡당 약 65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는데, 이는 단지 인근 노원구 월계동신재건축 조합과 HDC현대산업개발이 합의한 공사비(약 657만원)와 큰 차이가 없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사비는 오르다 보니 재건축 사업성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며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도 장기간 표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