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항소심이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지난 8월 정 의원에 대한 1심 선고 당시 여권을 중심으로 판사의 정치 성향이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제기됐던 사건이어서 항소심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에 관심이 모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이훈재 양지정 이태우 부장판사)는 사자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의 2심 첫 공판기일을 내년 1월 25일 오후 4시로 정했다.
정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었다가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악의적이거나 매우 경솔한 공격에 해당한다"며 지난 8월 10일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선고가 확정되면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어떤 범죄든지 국회의원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의원직을 잃는다.
선고 당시 검찰 구형량(벌금 500만원)과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형이 선고되자 보수진영에선 판결에 대한 비판과 함께 박 판사의 성향을 문제 삼았다. 특히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뒤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가열됐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징역 6개월의 판결은, 결론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로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또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동훈 장관이 과거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고 허위사실을 주장해 기소된 사건의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점과 비교하더라도 현저히 형평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박 판사에게 SNS 활용과 관련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 주의'를 촉구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지난 8월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