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염수·폐광의 변신… 1급수·문화시설로 재탄생

입력: 2023-12-10 20:24 정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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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방지·지역경제 활성화 요소
강원랜드 "광부들 사용시설 보존"

"석탄자원은 산업화로 가기 위한 기저자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발전이나 산업화를 달성하면서 환경적, 사회적 부채이기도 합니다. 광산개발에 따른 환경오염과 폐광지역의 사회적 부작용. 즉, 광해를 방지하는 사업은 산업과 에너지의 전환 속에서 개발과 보존의 균형,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입니다."

지난 7일 기자가 방문한 강원 태백 함태수질정화시설에서 만난 한국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한국 산업발전의 그림자인 광해를 방지할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요소로 탈바꿈하는 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폐광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1급수보다 맑게 정화하고 폐광을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이다.

◇붉은 폐광 오염수를 1급수보다 맑게

1993년 문을 닫은 함태탄광은 약 40년간 석탄 1800억t을 생산한 주요 광산이었으나 현재는 오염수만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함태정화시설 유입수 철 농도는 25.4ppm, 망간 농도는 3.60ppm 수준으로 환경부가 고시한 폐수 배출허용 기준(철과 망간 각각 2ppm)을 웃돌았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공장과 같이 사용용수가 통제된 환경이 아니라 땅 전체가 집수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유량 및 오염 부하 등 유동성이 매우 크다"며 "반영구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제적 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광해광업공단은 2021년부터 함태탄광의 오염수가 흘러가는 태백시 소도천에 정화시설을 운영 중이다. 소도천 물은 낙동강까지 흘러간다. 정화시설은 오염수를 폭기조, ph조, 응집조, 침전조, 여과조를 거쳐 방류한다. 폭기조에서 산소를 공급하고 산성도를 조정한 뒤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기자가 본 유입수는 검붉은 물이었으나 소도천으로 방류되는 물은 투명하고 맑았다.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6일 방류수의 철 농도는 0.01ppm, 망간은 0.04ppm으로 1급수 보다 낮았다.

광해광업공단은 전국 305개 광산 505개 지점을 모니터링 중이다. 실태조사 결과 189개 광산에서 오염이 확인됐으며 이 중 48개 광산(59개 시설)에 정화시설이 설치 완료돼 광해를 처리 하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은 향후 141개 광산(167개 발생지점)에서 사업 추진을 검토할 예정이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관심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 꼭 해야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광부들의 추억이 문화시설로 재탄생

같은 날 방문한 강원 정선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탄광문화공원으로 변신을 한창 준비 중이었다. 동원탄좌는 2004년 폐광되기 전까지 국내 최대 민영 탄광으로 산업 역군 역할을 맡아왔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폐광의 대체산업으로 추진된 강원랜드의 설립배경과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산업유산"이라고 말했다.

사북광업소로 쓰인 탄광문화공원 건물 콘셉트는 '보존'과 '공존'이었다. 산업유산으로서 석탄 생산 현장의 생생한 흔적을 유지한 채 산업유산을 재해석하고 탄광지역 문화를 국민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강원랜드는 건물 내 광부들이 사용했던 샤워실, 탈의실, 화장실 등 공간과 안전등 충전기 등 시설까지를 그대로 보존했다. 보존한 공간들을 각종 문화시설로 활용 가능한 공간을 꾸며 전시회, 강연, 체험학습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건물 인근 창고에는 광부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각종 장비들이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 사북광업소에서 근무했던 광부들이 자신들의 추억이 담긴 장비를 탄광문화공원에 기증한 것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거의 흔적을 유지하고 있는 공간은 안전을 확보하는 범위 내에서 보존하고 훼손된 공간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는 2024년 탄광문화공원 시설을 개장할 예정이다.

태백·정선/글·사진=정석준기자

mp1256@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