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전문가 지적
"공공 SW사업 손해보는 구조
예산 증액없인 백약이 무효
기재부가 결단 내려야 해결"
"공공 SW사업 손해보는 구조
예산 증액없인 백약이 무효
기재부가 결단 내려야 해결"
'정부24', '나라장터' 등 국민과 맞닿은 공공서비스가 잇따라 먹통을 일으키는 가운데 문제의 핵심은 비현실적인 예산구조인 만큼 정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준희 한국SW산업협회 회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SW(소프트웨어) 사업 현안과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모든 것은 예산 문제인데 국무조정실이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고 기재부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기재부의 예산 증액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특히 줄어들고 있는 공공IT 시스템 유지보수 예산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수많은 SW의 유지보수료와 관리 비용을 예산으로 책정해야 하는데 유지보수료만 반영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공공 전산망 관리를 위해선 운영 비용을 별도로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춰 국민에게 편리함을, 기업엔 성장 기회를 주겠다고 선언했지만 현장에서는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시스템 먹통'으로 터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SW산업 특성을 반영한 예산 편성과 제값주기 없인 백약이 무효라고 입을 모았다.
강용성 와이즈넛 대표는 "임금과 생산자물가는 계속 올랐는데 공공 SW사업 개발단가는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 인상에 그쳤다"면서 "2011년부터 10년간 누적 원가 상승률이 70%에 달하는데 개발 단가 인상률은 고작 10.9%"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공공사업 매출 비중이 절반이 넘는 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평균 -0.4%(2021년 기준)에 그친다. 먹으면 탈이 나거나 돈이 안되니 공공SW사업 유찰률은 47.7%에 달한다. '할수록 손해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개발 과정에서 변동성이 큰 SW산업의 특성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사업규모가 커질수록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
강 대표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공공사업을 두고 입찰경쟁을 벌였는데 지난 1월 기준 80억 넘는 11개 사업 중 7개가 유찰됐다"며 "타 산업군과의 형평성을 얘기하는 기재부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국민이 겪는 불편과 산업적·국가적 손실을 고려하면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약 방식을 확정형 대신 변동성을 두는 '애자일' 구조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애자일 방식은 짧은 단위로 계획을 수립하고 신기술이 나오면 유연하게 반영해 수정하는 방법이다.
유호석 SW정책연구소 산업정책연구실장은 "애자일 방식을 통해 고객과 개발자 간의 소통을 제한하는 현행 도급계약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용자 중심의 SW 개발을 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술·환경변화에 대한 빠르고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수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정책국장은 "개발단가는 오래된 이슈인데 행안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찬성하지만 한 곳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며 "유지보수요율도 SW산업협회 기준을 따라야 하는데 기재부는 참고만 하고 만다. 최소 유지보수요율 기준을 예산편성지침에 적용해 강제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예산이 4조에서 11.5조로 늘었는데 국민 편익은 10년전과 별 차이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민들이 필수제가 된 정부 서비스의 안정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고 묻는 만큼 업계와 정부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두원 과기정통부 SW산업과장은 "공공IT 시스템의 유지관리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SW산업협회 측과 관련 방안을 계속 논의 중"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스템 구축, 인력투입 중심의 SI(시스템통합)에서 클라우드, 상용 SW 도입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최한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은 "공공SW 사업 납품단가 관련 애로사항에 대해 부처와 논의해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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