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 수장과 용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민생 현장 방문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심지어 아직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장관 후보자들도 연일 현장을 찾아 '서민 친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민생 총력전으로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제고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오전 서울시 중구 영락교회 어린이집을 찾아 교사 및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 종교시설 운영 어린이집의 현황을 살펴보고 보육·돌봄과 관련해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국무조정실은 설명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업계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생산현장을 시찰했다. 방 장관은 "올해 2조8000억원인 정책금융을 내년에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평택캠퍼스 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P1 라인을 살폈다. 그리고 구내식당에서 경영진,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12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도매시장을 찾아 농산물 경매 진행 현장을 직접 참관했다.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다. 이 실장은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서민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물가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수시로 현장을 찾아 애로사항을 듣겠다"고 했다.
장상윤 신임 사회수석도 같은 날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을 찾아 지역 중소대표 7명과 간담회를 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관련해 중소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고, "기업을 처벌해 의무를 강제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와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경제 살리기에 힘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는 한편, 장바구니 물가 근심이 큰 서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이런 민생 행보는 아직 정식으로 장관직에 앉지 못한 후보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3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시장 상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최 후보자는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소상공인이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조속히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소상공인을 만났다. 지난 7일 지명 첫 행보로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오세희 회장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어 서대문구 연남장과 연희골목, 은평구 연서시장 등을 방문해 상인들과 만났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소상공인 수는 720만명에 달한다. '소상공인 표심'이 선거 지형을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크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청년'도 민생 행보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컬리 물류센터를 방문했다. 오늘 시키면 내일 아침에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새벽 배송은 종사자 입장에선 장시간 업무와 야간 작업, 폭염·한파 등 건강과 안전상 위험이 높은 업종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새벽 배송과 같은 플랫폼 종사자 중 20·30대 비율은 53.3%에 달한다.
김완섭 기재부 차관은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생뚱맞게 '청년인턴 정책'을 발표했다. 김 차관은 건보공단에서 근무하는 청년인턴과 직원 등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 공공기관 청년인턴을 2만 2000명 채용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6개월 인턴도 1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영천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