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기준판매비율제도 도입
위스키·브랜디 등 3000원 싸져
위스키·브랜디 등 3000원 싸져
내년 1월 1일부터 국산 증류주에 붙는 세금이 줄면서 소주 공장 출고가가 약 10%(130원) 싸질 전망이다. 국산 위스키와 브랜드 또한 가장 잘 팔리는 제품 기준 3000원씩 저렴해지는 효과를 누린다.
국세청은 2024년 1월 1일부터 국산 증류주의 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키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기준판매비율은 △소주 22.0% △위스키 23.9% △브랜디 8.0% △일반 증류주 19.7% △리큐르 20.9% 등이다.
소주와 위스키 등의 증류주에는 원래 반출가격의 72%의 종가세가 적용된다. 문제는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의 세금 부과 시점이 달라 역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국산 주류는 제조장에서 반출하는 시점에 세금이 부과돼 판매비용과 이윤이 반출가격에 포함된다. 반면 수입 주류는 수입 통관 시점에 세금이 부과되고, 이후에 판매비용과 이윤이 반영돼 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국세청은 지난 14일 기준판매비율심의회를 개최해 국산주류 세금부과 기준을 조정했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다는 점과 재정 여건,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판매비율을 결정했다.
기준판매비율은 주세를 계산할 때 세금부과 기준인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일종의 세금 할인율이다. 기준판매비율이 커질수록 과세표준이 작아져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기준판매비율은 내년 1월 1일부터 출고되는 국산 증류주에 적용된다. 발효주류와 발포주 등 기타 주류는 1월 중 기준판매비율심의회 심의를 거쳐 2월 1일 출고분부터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된다.
기준판매비율 제도가 시행되면 소주는 참이슬(1247원) 기준으로 출고가 10.6%(132원)가 낮아진다. 위스키는 '더 사피루스(2만 5905원)' 기준 11.6%(2993원)이 인하되고, 브랜디는 '루도빅(7만 9800원)' 기준 3.9%(3086원)이 저렴해진다. 일반 증류주 '문경바람(1만 5950원)'은 9.5%(1519원), 리큐르 '자몽에이슬(1247원)'은 10.1%(126원)의 인하 효과가 있다.
다만 기준판매비율 인하의 혜택은 대부분 희석식 소주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증류주 주세는 희석식 소주가 1조 3468억원으로 전체(1조 4145원)의 95%를 차지했다. 위스키(65억원)나 일반 증류주(43억원)의 주세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국산 증류주의 역차별 문제 해소'라는 당초 정책 취지와는 다르게, 총선을 앞두고 세제지원을 통해 서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줏값을 동결시키는 정책이 된 것이다.
맥주·막걸리는 기준판매 비율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들 주류는 양에 비례해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 구조이기 때문에 국산 주류와 수입 주류 간 차별이 없다. 현재 맥주는 1㎘당 88만5700원, 막걸리는 1㎘당 4만4400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산주류의 주세 과세표준 합리화를 통해 수입주류와의 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동등한 가격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산주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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