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AI와의 삶` 원년] 클라우드·통신·SI·플랫폼… 업종경계 사라지고 합종연횡 속도

입력: 2024-01-17 06:12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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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IT산업 이름표 뗀 AI 전면전
MS, 애플 제치고 글로벌 시총 1위
SKT·KT·LGU+, AI기업 투자 올인
업계 "혁신 시나리오 발상전환 필요"

[2024, `AI와의 삶` 원년] 클라우드·통신·SI·플랫폼… 업종경계 사라지고 합종연횡 속도

유영상(왼쪽 줄 첫 번째) SK텔레콤 사장과 월리 리우(오른쪽 줄 가운데) 슈퍼마이크로 공동 창업자 겸 비즈니스 개발부문 부사장을 비롯한 양사 임직원이 비즈니스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산업 시스템의 근간이 AI(인공지능)로 뿌리째 바뀌는 대전환이 본격화된 가운데 통신부터 클라우드, SI, 플랫폼까지 'IT 산업'이란 이름표를 떼고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클라우드를 통해 IT 인프라를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반도체와 AI칩을 개발하며 인프라 전반을 주름잡기 위해 사업영토를 넓히고 있다. 통신사는 본업을 기반으로 AI·IT 기업 전환을 위해 A부터 Z까지 사업 구조에 전환에 나섰다. 경계가 사라진 IT 산업에 통신, 플랫폼, SI, 반도체까지 무한 협력과 경쟁 시대가 개화할 전망이다.

LG CNS 직원이 'AI를 활용한 KM 혁신'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관련 지식을 질문하고 있다. LG CNS 제공

◇ 애플 아성 무너뜨린 MS발 지각변동, 키워드는 'AI' = AI 시대에 필요한 IT 인프라인 클라우드를 보유한 기업들은 이를 강점으로 AI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반도체부터 인프라, 소프트웨어, AI까지 모든 영역을 커버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특히 모바일 시대 도래 후 애플에 밀렸던 MS발 지각변동이 산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2011년 세계 1위 시가 총액 기업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자리를 유지해 온 애플은 MS에 자리를 넘겨줬다. AI 시대 전환에 한 발짝 늦었다고 평가받는 애플을 제치고 12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총 1위 자리에 오른 MS의 무기는 단연 AI다. MS는 '챗GPT'로 지난해 생성형 AI 돌풍을 일으킨 개발사 오픈AI에 빠르게 투자했으며, 자사 제품군에도 AI를 접목시키고 있다. AI를 접목한 웹브라우저 '빙'을 포함해 OS(운영체제)에 오픈AI 모델 기반 생성 AI '코파일럿'을 탑재했다. 특히 AI 흐름을 탄 클라우드 부문의 성장은 MS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AI 학습과 추론을 위해 지난해 11월 자체 설계 칩 '마이아(Maia) 100'을 공개하고, 애저 AI 인프라에 최적화되도록 실리콘,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랙, 냉각 기능 전반을 혁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클라우드에 신속하게 올라탄 MS는 오픈AI에 발빠르게 투자하면서 시대 흐름을 이끌어가고 있다"며 "사티아 나델라 CEO(최고경영자)가 '클라우드 회사'를 천명한 이후 빠르게 전환에 나서 그 열매를 따고 있다"고 평했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리백은 "생성형 AI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애플은 아직 AI 스토리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흐름에서 구글, MS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졌던 퍼블릭 클라우드 글로벌 1위 사업자 AWS도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리인벤트 2023' 행사에서 AI에 무게를 실었다. AWS는 인프라와 플랫폼, 앱으로 연결된 'AI 스택' 전략을 공개하고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신규 기능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용 AI 챗봇인 '아마존 Q' 챗봇 서비스도 이 같은 흐름을 타고 공개됐다.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도 AI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했고, KT클라우드는 기업용 생성형AI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ES 2024 SK그룹 전시관에서 모델들이 UAM을 형상화한 '매직 카펫'에 탑승해 SKT의 AI 기반 친환경 미래교통체계를 체험하고 있다. SKT 제공

◇AI·DX 기업으로 변신하는 통신업계 = 통신사들은 AI 반도체뿐 아니라 IDC(인터넷데이터센터), MEC(모바일엣지컴퓨팅), 서비스 등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AI 컴퍼니'를 키워드로 세운 SK텔레콤은 지난해 '이루다'로 이름을 알린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150억원을 투자하고 자사 AI 킬러 앱인 '에이닷' 고도화에 나섰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의 'AI 앱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SK텔레콤의 AI 비서 서비스인 에이닷은 지난달 기준 125만7083명의 MAU(월간활성사용자)를 기록해 1년 새 약 238% 늘어나며 지난해 가장 급격한 성장을 보인 AI 앱으로 나타났다. SKT는 올해 'AI 피라미드 전략' 실행에 나선다.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신규 사업은 빠르게 키우고 기존 사업과 서비스는 AI와 결합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KT 또한 지난 2022년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출자하고 지난해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자사 초거대 AI 모델 '믿음'을 기반으로 올해 수익화에도 나선다. AI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업스테이지, 콴다, 모레 등에도 투자를 단행해 AI 인프라와 서비스 사업에 모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첫 번째 투자로 AI를 낙점했다. 국내 언어 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에 1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하고 사업 협력에 나섰다. 이를 통해 AICC(AI컨택센터)와 LLM(대규모언어모델) 관련 B2B(기업간거래) 전 과정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데이터센터 MS 제공

◇기업 업무현장에 AI 심는 SI업계 = SI(시스템통합) 기업들은 기업 특화 AI와 IDC를 통해 전통 B2B 영역에 AI를 심고 있다. 삼성SDS는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회사 내 업무 편의를 제공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생성형 AI '브리티 코파일럿'과 '패브릭스'를 2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LG CNS는 AI 핵심역량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오픈AI의 'GPT-4', 앤스로픽의 '클로드', 구글 '팜2', LG AI 연구원 '엑사원'등 복수 LLM을 활용하는 '멀티 엔진' 전략을 추진한다. 지난해 10월 기업 전용 생성형 AI 플랫폼 'DAP Gen AI'도 선보였다.

SK C&C는 자체 개발한 'AI 프롬프트'와 'AI 오케스트레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LLM과 연계해 생성형 AI 서비스를 지원한다. 포스코DX는 산업용 로봇, 스마트 물류 자동화 등 제조 영역에서 AI를 입힌다.

AI로 인해 경계가 사라진 IT 산업에서 통신과 플랫폼, SI·반도체의 협력과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AI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원천기술과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하는 시대에 생성형 AI를 키워드로 혁신적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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