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 11시간 걸쳐 치열한 공방
상대 여성과의 '몰래 영상' 촬영한 남편은 유죄
남편 불륜상대에 협박 메시지 보낸 아내는 무죄
상대 여성과의 '몰래 영상' 촬영한 남편은 유죄
남편 불륜상대에 협박 메시지 보낸 아내는 무죄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5부(이정재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촬영물 등 이용 협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아내 A씨(4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불륜 상대와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돈을 갈취하려 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구속기소된 남편 B씨(38·중국 국적)에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A씨는 지난 2022년 2월 남편의 휴대전화에서 수년 간 친하게 지낸 지인 C씨와 남편의 성관계 영상을 발견했다. 아내가 임신 중일 때 지인 C씨와 바람을 피우면서 B씨는 성관계 영상을 찍었다.
A씨는 이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재촬영한 뒤, 같은 해 7월 C씨에게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를 보내 "네 남편과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 B씨는 앞서 그해 1월 오전 경기 수원시 호텔에서 C씨와 성관계하면서 상대방 동의 없이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편취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의 재판은 피고인 측의 신청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당일 법정을 찾은 배심원 후보자 33명 중 결석사유와 기피 사유 등을 확인한 뒤, 무작위 추첨과 검사·변호인 측 기피 신청 절차를 거쳐 정식 배심원 7명을 확정했다. 배심원 수는 사건의 양형 기준에 따라 사형이나 무기는 9명, 이 외에는 7명이 지정된다.
이 사건의 쟁점은 △B씨가 C씨 몰래 동영상을 촬영했는지 △A씨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협박으로 볼 것인지 등 2가지였다.
A씨의 변호인은 배심원들에게 "간통죄가 사라지면서 통상 간통을 저지른 가해자가 되레 피해자를 명예훼손 등으로 협박하는 사례가 있다"며 "C씨가 이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가 맞는지 살펴봐 달라"고 배심원단에 요청했다. A씨 측은 피해자(C씨)가 불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서 같이 만나 동영상을 보자고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는 두 사람의 관계를 끊기 위해 연락하던 중 화가 나서 보낸 일시적인 분노 표출이었다고 밝혔다.
B씨는 동영상에서 C씨 앞에서 영상 촬영을 종료하는 등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상대방 동의 하에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 C씨 측 변호인이 출석해 "C씨를 처음 봤을 때 (동영상 협박으로)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로 겁에 질려 자해하려 했다"며 "피고인들이 법률혼 관계인지 몰랐고, B씨와 만난 부분은 반성하며 후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배심원들에게 유죄 평결을 요청한 뒤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배심원단 7명은 A씨에 대해 무죄를, B씨에 대해 유죄로 만장일치 평결을 내렸다. B씨에 대한 양형으론 1명이 징역 2년, 5명이 징역 1년, 1명이 징역 10월의 의견을 냈다.
이러한 평결을 받아든 재판부는 오후 11시쯤 A씨에겐 무죄를, B씨에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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