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붕 위에서 안테나 척척…"산간오지·한파에도 `위성방송 AS`는 어디든 가죠"

입력: 2024-02-06 15:41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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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붕 위에서 안테나 척척…"산간오지·한파에도 `위성방송 AS`는 어디든 가죠"

박진호 KT스카이라이프 설치·AS 기사(과장)가 기와 지붕 위에서 위성 안테나를 점검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잘 잡히게 해드릴게요."

폭설과 바람으로 울릉도행 배도 결항한 지난 2일 오후 오후 1시 30분, 경북 포항 남구 신창1리.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은 논밭 사잇길을 지나자 마른 옥수수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베이지색 외관의 집이 나왔다.

"똑똑, 스카이라이프 기사입니다. 집에 계신가요?" 문을 두드리자 멀리서 빨간 트랙터를 몰고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10년째 잘 봐온 위성방송이 최근 지붕 위 안테나 문제로 수신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AS(애프터서비스) 접수에 한달음에 달려온 박진호(50) 설치·AS 기사(과장)는 안테나를 보자마자 "고정대가 녹슬어서 흔들릴 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 안테나부터 교체하고 고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안테나가 좁은 지붕 위에 있어 아슬아슬해 보였지만 그는 "문제없다"며 사다리를 대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바다가 인접한 포항은 거센 바닷바람에 노출돼 안테나가 금방 녹 스는 경우가 잦다.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 도중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더니 비바람으로 바뀌었다. 궂은 날씨에 괜찮으냐는 물음에 박 과장은 "이 정도는 약과"라며 "하루에 10번 넘게 AS를 갈 때도 잦고 산간·오지 등 먼 곳을 찾아가야 하지만 잘 안 나오던 TV가 말끔하게 고쳐지면 보람차다"고 말했다.

박진호 KT스카이라이프 설치·AS 기사가 방송 수신을 확인하고 있다.

작업 후에는 방송이 깨끗하게 잘 나왔다. "이제 잘 나오네. 우리 집 양반이 올라가서 확인했는데 이리저리 옮겨도 안 되더라"며 인심 좋게 차와 커피를 내오신 할머니께 박 과장은 "절대 건드리시지 말고 불러 달라"며 리모컨 조작법, 셋톱박스 사용법도 세세하게 설명했다.

오후 2시가 좀 넘은 시간. 이번에는 경사 진 흙길을 뚫고 용운사로 달려갔다. 용운사에는 해우소 옆 건물에 위성 안테나가 달렸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라간 박 과장은 "안테나가 덜렁덜렁해 위치를 이동해야 한다"며 이전설치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 후 "스카이라이프 기사입니다. 신호 잘 잡히나요?"라고 전화하자 "잘 나오겠죠.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대답이 들렸다. 박 기사는 "산 중턱의 사찰이나 오지에서 위성방송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위성방송은 타 방송과 달리 광역성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오후 3시를 넘긴 시간, 이번에는 차로 20여분간 달려 인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인 구룡포 골목에 진입했다. 한 가정집에서 AS 기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마 밑에 전갱이를 말리고 있는 오렌지빛 지붕으로 올라가 위성안테나 상태를 확인하고, LNB(위성방송 수신기)를 교체했다.

박진호 KT스카이라이프 설치·AS 기사가 지붕에서 AS 작업을 하고 있다.

세시간 동안 세곳을 방문한 박 과장의 오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차 내부에는 통신주나 지붕에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와 동축 케이블, 셋톱박스, 위성 안테나 등 연장과 자재, 장비가 가득했다. 두메산골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식사를 거르기도 한다. 아직 3년 차 막내라는 그는 "20~30년 이상 일한 선배들이 많다"며 "구석구석 어디든 같은 품질의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긴장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전국 방방곡곡의 난시청 해소에도 힘쓰고 있다. 주로 지상파방송의 전파가 약해 방송이 잘 안 나오는 산촌과 농촌이 많다. 2009년부터 난시청 해소 사업을 벌여 2022년까지 연간 약 11억4000만원을 들였다. 도서산간, 오지 지역의 약 4만7000가구를 지원했다. KBS1, KBS2, MBC, EBS, SBS 5개 지상파 채널과 KTV, 국회방송, OUN 3개 공공채널을 무료로 제공한다.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사랑의 안테나'를 후원해, 같은 기간 누적 1291곳의 취약계층에 UHD(초고화질) TV와 무료 시청을 지원하기도 했다.

안테나만 있으면 고화질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방송매체인 만큼 북한과의 유일한 방송 통로 역할도 한다. 지난 2004년 개성공단, 2007년 남북 정상회담, 2008년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관련 사업과 행사에서 별도 인프라 없이 셋톱박스, 안테나 등 간단한 수신설비만으로 방송을 제공하기도 했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원 화면' 제공, 2018년 새터민 대상 위성방송 지원 등 북한과의 유일한 방송 통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글·사진/포항(경북)=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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