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R&D 예산 삭감을 항의하다 '입틀막'(입을 틀어막다) 강제퇴장을 당한 신민기(사진)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윤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여당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했다.
신 대변인은 이날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어떠한 위해를 가할 의도가 없었다"며 "경찰 조사 배경으로 제기된 업무방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제가 한 행동이 누구에 대한 업무방해인지, 그것이 표현의 자유로 용납되지 않는 수준의 범법행위였는지 궁금하다"고 따졌다.
카이스트 졸업생인 신 대변인은 지난 16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진행된 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윤 대통령이 축사를 하는 도중 '부자 감세 철회하라. R&D 예산 보강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R&D 예산을 복원하라"고 소리를 질러 대통령 경호처로부터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갔다. 특히 경호처 직원들이 신 대변인의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강제로 퇴장시킨 탓에 강성희 진보당 의원 강제퇴장 논란과 같은 과잉경호 논란이 재현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과잉경호 비판이 이어졌다.
카이스트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대학원 총학생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 의해 학우가 팔다리가 들린 채로 입을 틀어막히며 끌려가는 모습을 본 학생들이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학생들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고 짓밟힌다면 이를 수호하기 위해 직접 발언하고 행동하겠다. 학교 측은 사건 경위와 학교 차원의 대응을 학생들에게 안내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 연행 과정에서 바로 불법적 구금 행위가 있었던 것이 확인된 만큼 대통령 경호처의 사과와 재발 방지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법적 대응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사과탄(최루탄의 일종)과 백골단이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사 방해 행위"라고 규정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이 대통령 행사에서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소란 행위를 벌여 경호처 대응을 유도하고 이에 대해 유신정권이니 백골단이니 하는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목적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행태가 떠오른다는 국민들도 있다"며 "최소한의 정치적 예의와 금도를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 경호처가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앞서 입장을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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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한 졸업생이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할 때 R&D 예산과 관련해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을 향해 항의를 하던 중 제지를 당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19일 오후 국회에서 대통령실 과잉진압 관련 녹색정의당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