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지방의료원회장 "의사 늘리고 지역복무제 만들어야"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대립이 심화하는 가운데 22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조 원장은 "의사들이 환자를 떠나는, 절대 있어선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와 의사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빨리 합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천시의료원은 서울대에서 파견된 전공의 12명이 모두 사직서를 낸 상태다. 이들 중 10명은 무단 결근, 레지던트 과정이 끝날 예정인 2명만 출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인천 의료원에선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라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응급환자 대응을 강화한 상태다.
조 원장은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관련, "의사가 환자를 떠나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 외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 위치에 대한 의사들의 불안감이라고 본다. 정부는 현 상태로 그대로 둬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어 충돌하고 있다"고 사태의 원인을 짚었다.
조 원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지방 의료에 대한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지방의료원이 겪는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이 '의사 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의료시스템이 바뀌면서 진료 행태도 바뀌고 전문 과목도 늘어났지만, 지방의료원의 정원은 20∼30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과거 의사 정원이 40명이었다면 70∼80명 규모로 늘어났어야 했는데, 예전의 40명도 못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숫자를 늘리고 지역 필수 의료 분야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조 원장에 따르면 인천의료원 경우 전문의 정원이 45명인데 의사는 39명뿐이다. 신장내과에 의사가 없었는데 지난해 12월 겨우 1명을 초빙했고, 순환기내과는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에서 낮에 와서 환자를 봐주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진료과목도 의사가 1∼2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휴가를 가면 환자를 퇴원시켜야 해 앞뒤로 3주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했다.
의사 부족에 급여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이는 다시 경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매월 20억∼25억원씩 적자가 발생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원장은 "다른 지역은 연봉 3억∼4억을 내걸어도 의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영상의학과는 5억∼6억원을 줘야 겨우 구한다"면서 "인천의료원은 70% 수준밖에 주지 못하는데 훌륭한 분들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료원이 코로나19 환자에 집중하느라 2∼3년간 일반 환자를 돌보지 못하다 보니 이후 새로 개원한 것과 똑같은 상황이 됐다"면서 "특히, 지방의료원 대부분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새로운 환자를 받아 정상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의사 집단행동) 사태가 계속되면 결국 남는 건 공공의료원뿐"이라며 "이런 일에 대비해 의료원을 튼튼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하면 좋을 텐데, 꼭 위기 때만 찾고 끝나면 혁신하라고 하니 어려움이 많다"고 한탄했다.
조 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이 지방 의료 강화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게 하려면, 의사 수를 늘리는 게 기본이고 늘어난 사람들이 제대로 근무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과 강제성 두 가지로 같이 가야 한다. 수가를 올리는 건 정책적 한계가 분명하기에 의사들은 결국 돈을 많이 버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육군사관학교처럼 강제 복무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공공의대 학생 선발 과정에서 성적만을 기준으로 하기보다는 지역을 위해 복무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증원된 정원을 일반대학에 뿌려버리면 정책 효과가 늦게 오고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의대를 2∼3개 짓는 방안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대 정원만 늘릴 경우 의사 수만 늘려놓고 모두 미용·성형 시장으로 가는 결과가 나오면 죽도 밥도 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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